현대로템이 독일 베를린에서 차세대 고속열차 콘셉트를 처음 공개했다. 생체모방 기술을 활용해 공기저항을 줄이고 객실 공간을 넓힌 미래형 고속열차로, 현대자동차그룹 디자인 역량까지 접목했다. 여기에 KTX-청룡의 기반 모델인 EMU-320 실차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수소전기트램도 함께 선보인다.
현대로템은 22일(현지시간)부터 2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철도 박람회 '이노트란스(InnoTrans) 2026'에 참가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노트란스는 1996년 시작해 2년마다 열리는 글로벌 철도·교통기술 전시회다. 지난 2024년 행사에는 세계 59개국 2900여개 기업과 약 16만9000명이 참가했다.
현대로템의 이노트란스 박람회 부스 전경 / 현대로템
현대로템이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한 차세대 고속철도차량 콘셉트는 단순히 차량 외관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승객의 이동 경험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디자인에는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 현대디자인센터가 참여했다. 자동차 등 모빌리티 분야에서 활용하는 고객 중심 디자인을 철도차량에 적용했다.
차량 외관에는 자연 속 생물의 구조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생체모방(Biomimicry)' 기술을 활용했다. 공기와 물의 저항을 줄이며 진화한 생물의 형태를 참고해 고속 주행 때 발생하는 공기저항과 압력파 등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했다.
실내는 한국 고유의 절제된 미와 곡선을 디자인에 반영하면서 승객 편의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
승객이 열차 안에서 서거나 앉고 이동하는 다양한 행동을 고려한 인체공학적 설계를 적용했으며 객실 단면을 최적화해 좌석 앞 다리 공간인 레그룸과 수하물 선반 공간도 확대했다.
현대로템과 현대자동차가 협업해 개발한 차세대 고속철도차량 콘셉트 모델 / 현대로템
현대로템은 현재 국내에서 'KTX-청룡'으로 운행되는 EMU-320도 야외 전시장에 실물 차량으로 전시했다.
EMU-320은 최고 운행속도 시속 320㎞의 동력분산식 고속열차다. 동력차가 열차 앞뒤에서 객차를 끄는 기존 동력집중식과 달리 동력장치를 여러 차량에 분산해 가속 성능과 수송 효율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AI를 활용한 미래형 수소전기트램도 공개했다.
현대로템은 피지컬 AI와 자율주행 기술을 결합한 수소전기트램 운행 모습을 축소모형으로 구현했다. 출발 전 차량 점검부터 자율주행, 유지보수까지 열차 운행 전 과정에 AI를 활용하는 시나리오다.
차량 내부 AI 폐쇄회로(CC)TV가 돌발상황을 감지하면 관제 시스템에 경고를 보내고, 관제 시스템이 상황을 실시간 분석해 대응하는 모습도 구현했다.
도로 위를 자동차·보행자·자전거 등과 함께 달리는 트램은 일반 철도보다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판단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현대로템은 올해 자체 개발을 마친 철도차량용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트램에 적용했다. 사람과 구조물 등을 인식하고 충돌 위험을 판단하는 기술로, 향후 수소전기트램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수소연료전지모듈 실물과 수소전기기관차, 수소전기동력차, 저상형 수소전기동차 등 수소를 동력원으로 활용하는 철도차량 라인업도 전시한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철도시장은 단순히 제조사의 설계와 제작 역량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자율주행 역량까지 한꺼번에 평가하는 추세"라며 "차세대 고속차량과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미래 철도가 나아가야 할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