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3일(수)

좌석 피하고 연설 외면한 北 대표단... '李대통령 패싱', 트럼프 연설만 챙겼다

제81차 유엔총회 본회의장에서 북한 대표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은 청취한 반면, 이재명 대한민국 대통령의 연설에는 불참하며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22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고위급 회의 일반토의 첫날, 북한은 철저히 '선택적 참석' 행보를 보였다.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연설자로 연단에 올랐을 때, 북한 외교관 2명은 본회의장에 착석해 연설을 지켜봤다. 김성 주유엔 북한 대사가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으나, 과거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던 미국과의 관계에 여전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인사이트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9.23 / 뉴스1


반면 같은 날 오후 이재명 대통령의 연설 당시 북한 측 좌석은 텅 비어 있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한국 정상의 연설을 외면하며 남북 대화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 대표단은 이번 총회에서 한국 대표단과의 물리적 거리까지 의도적으로 벌렸다. 당초 올해 유엔총회 좌석 배정 원칙에 따라 북한은 연단 기준 왼쪽 끝 분단 앞 10번째 줄에 앉아야 했으나, 사전에 유엔 측에 변경을 요청해 오른쪽 끝 분단 맨 뒷부분(끝에서 두 번째 줄)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는 무대 중앙 우측 앞열에 배치된 한국 대표단과 상당한 거리를 둔 위치로, 우발적인 동선 겹침이나 접촉조차 철저히 피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러한 행보는 올해 초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평화통일 개념을 폐기한 북한의 굳어진 기조를 반영한다. 철저히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만을 한반도 문제의 핵심 당사자로 삼겠다는 전략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록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북한은 향후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파악하기 위해 연설을 경청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사이트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6.9.23 / 뉴스1


오는 28일에는 북한 외교를 총괄하는 김선경 외무성 부상의 유엔총회 연설이 예정되어 있다. 전 세계 193개국이 모이는 최대 외교 무대에서조차 한국과의 거리두기를 노골화한 가운데, 북한이 향후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둘지 혹은 대남 적대 기조를 재확인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거부에도 인도적 지원과 평화 제안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남북 간 신뢰 회복과 대화 재개는 당분간 요원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