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청을 거부하는 입장을 22일 공식 발표했다. 양 기관 간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갈등이 정면충돌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로써 한다"며 "이번 재제청 요청 관련 문서로는 8월 28일자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이 있을 뿐인데, 거기에는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그 헌법적 근거가 적혀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달리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며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음을 밝힌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김성수 대법관 취임식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6.9.21/뉴스1(공동취재)
조 대법원장의 이번 입장 표명은 지난달 28일 청와대가 손봉기 후보자에 대한 제청을 사실상 반려하고 재제청을 요구한 지 25일 만에 나온 것이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김성수 신임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이재명 대통령과 대면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해외 순방을 위해 출국한 상태다.
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갈등의 시작은 올해 1월 2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후보추천위원회는 당시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등 4명을 추천했다.
과거에는 청와대와 사법부가 사전 협의를 통해 후보를 조율한 뒤 대법원장이 최종 제청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적임자를 놓고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되자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기존 관행을 깨고 청와대와의 합의 없이 손봉기 부장판사를 단독으로 제청했다. 청와대는 열흘 뒤인 지난달 28일 "실질적 협의 없는 일방적인 서면 제청"이라며 재제청을 요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김성수 대법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은 조희대 대법원장. 2026.9.21/뉴스1(청와대 제공)
청와대는 기존 추천된 4명 중 손 부장판사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 1명을 재제청하라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단계부터 다시 진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자리는 200일 넘게 공석으로 남아있다. 조 대법원장이 이날 재제청 요청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공석 기간은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