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과 가정에서 화를 억누르고 속으로 삭이는 남성일수록 심혈관 질환 발병률과 조기 사망 위험이 가파르게 치솟는다는 대규모 장기 추적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나왔다. 감정을 무조건 참아내는 성격이 미덕이 아니라 장기와 혈관 건강을 무너뜨리는 치명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20일 큐큐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 연구진이 남성 직장인 2755명을 대상으로 1992년부터 2003년까지 추적 조사한 결과,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묵묵히 참거나 자리를 피한 남성은 즉각 맞서 불만을 표출한 남성보다 심장마비 발병 위험이 두 배 높았다.
귀가 후 감정을 드러내며 털어버린 집단 역시 별다른 질환 위험 증가를 겪지 않았다. 분노를 표출하는 것보다 속에 억지로 담아두는 행위 자체가 체내 코르티솔 수치를 만성적으로 높여 혈당과 혈압을 교란하고 면역 체계를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연구에서도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스트레스를 삭이는 상위 25% 남성은 심리적으로 평온한 25%에 비해 조기 사망 위험이 1.57배 높았다.
시카고대학교와 스탠퍼드대학교 연구진 역시 분노를 억제하는 습관이 혈압 상승과 고혈압으로 직결된다고 보고했다. 분노가 일었을 때 이를 마음속에 쌓아두기보다 즉각 털어내는 태도가 수명 연장에 핵심적이라는 설명이다.
생활 습관을 체계적으로 관리한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의 수명 격차도 구체적인 수치로 입증됐다.
지난달 유럽예방심장학저널에 실린 40년 추적 연구에 따르면, 42세 무렵 비흡연·체질량지수(BMI) 25 미만·수축기 혈압 140mmHg 미만·총콜레스테롤 6.0mmol/L 미만·식후 1시간 혈당 9.0mmol/L 미만의 5대 건강 지표를 모두 충족한 남성은 그렇지 못한 남성보다 90세까지 생존할 확률이 5배 높았고 평균 수명도 약 11년 길었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가 퇴원 군인 72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수면·스트레스 관리·절주 등 8대 건강 습관을 모두 실천한 남성은 전혀 지키지 않은 남성에 비해 기대수명이 24년 더 길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가정 내 불화와 사회적 고립 역시 남성 조기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가 남성 8945명을 32년간 추적해 국제임상의학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결혼 생활 만족도가 가장 낮은 집단은 만족도가 가장 높은 집단보다 뇌졸중 사망률이 69%, 전체 사망률이 19% 더 높았다.
특히 50세 미만 연령대에서는 만족도 최하위 집단의 사망률이 최상위 집단보다 39.4%나 높아 젊은 시절의 가정 내 불화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보건총감 보고서 또한 고립과 외로움이 조기 사망 위험을 약 29% 끌어올려 매일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수준의 치명적인 위해를 가한다고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