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종근당의 행보가 눈에 띈다.
종근당은 올해 상반기 매출 9262억 원 가운데 1135억 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이는 매출의 12.3%에 해당하는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36.6% 늘어난 수준이다. 5대 제약사(유한양행·종근당·한미약품·GC녹십자·대웅제약) 반기보고서 기준으로도 종근당의 R&D 투자 증가율은 주요 제약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절대적인 R&D 투자액이나 매출 대비 투자 비중만 놓고 보면 종근당이 모든 지표에서 선두에 있는 것은 아니나, 한 해 사이 R&D 투자를 가장 큰 폭으로 늘렸다는 점에서 신약개발을 위한 투자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사진 제공 = 종근당
종근당은 위탁연구비와 임상시험비 증가 등이 R&D 투자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연구시설 투자뿐 아니라 실제 신약 개발 단계에 투입되는 비용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종근당의 변화는 투자 규모 확대에만 그치지 않는다. 회사는 자체 연구를 통해 후보물질을 확보하는 동시에 외부에서 유망한 후보물질을 도입하고, 연구와 개발 기능을 전문화하는 방식으로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키우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신약 파이프라인은 제약사의 미래 성장성을 가늠하는 핵심 자산이다. 후보물질을 확보했다고 해서 곧바로 신약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임상과 임상을 거쳐 허가와 상업화까지 이어져야 비로소 사업적 가치가 발생한다. 따라서 신약개발에서는 유망한 후보물질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뿐 아니라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개발 단계로 끌어올리고 상업화할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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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근당은 이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와 개발 기능을 전문 조직으로 나누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0월 출범한 신약개발 전문 자회사 '아첼라'다.
아첼라는 종근당의 신약개발 역량 가운데 임상개발과 기술수출, 상업화 등에 집중하는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모델을 지향한다. 현재 종근당은 CKD-508, CKD-513, CKD-514 등 임상 단계 후보물질을 아첼라에 이관했다.
종근당이 연구를 통해 확보한 후보물질을 아첼라가 임상과 사업화 단계에서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역할 분담이다. 이를 통해 종근당은 연구에 집중하고 아첼라는 임상개발과 기술이전 등 사업적 의사결정에 집중하는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종근당은 연구 기능의 전문화에도 나섰다. 올해 출범한 연구개발 전문 자회사 뉴라테온은 기존 효종연구소의 연구 역량을 기반으로 신약 제형과 개량신약, 제네릭, 일반의약품(OTC) 개발을 비롯해 분석연구, 제제연구, 약물전달시스템(DDS) 등의 기술 연구를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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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테온은 아첼라처럼 기존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개발과 사업화를 맡는 조직은 아니다. 대신 의약품의 제형·제제·약물전달 등 실제 제품 구현에 필요한 연구 역량을 전문화하고, 자체 제품 개발과 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연구개발 서비스 등으로 연구 영역을 확대하는 역할을 한다.
아첼라가 '확보한 후보물질을 어떻게 개발하고 사업화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면, 뉴라테온은 '후보물질과 의약품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구현할 것인가'를 뒷받침하는 기술 축에 가깝다. 파이프라인을 직접 늘리는 조직이라기보다 파이프라인의 개발 가능성과 제품화 역량을 뒷받침하는 역할인 셈이다.
외부에서 유망 후보물질을 들여오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 21일 미국 안과질환 전문 제약사 키오라 파마슈티컬스로부터 망막질환 신약 후보물질 KIO-301의 국내 개발·허가·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KIO-301은 희귀 유전성 망막질환인 망막색소변성증을 적응증으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이다. 종근당은 기존 안과 사업에서 축적한 전문성과 임상·허가 역량을 활용해 국내 개발을 맡는다. 자체 연구를 통해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것에 더해 외부에서 개발 중인 유망 후보물질을 도입해 파이프라인을 보강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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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근당은 과거에도 자체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며 후보물질 발굴부터 글로벌 개발까지 경험을 축적해왔다. 최근에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신규 모달리티로 연구 영역을 넓히고 글로벌 임상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을 종합하면 종근당의 R&D 전략은 단순히 투자액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체 R&D로 새로운 후보물질을 확보하고, 외부 기술 도입을 통해 파이프라인의 유입 경로를 넓히는 동시에 아첼라를 통해 임상·사업화 역량을 강화하고 뉴라테온을 통해 제형·제제·DDS 등 연구 기반을 전문화하는 방식이다.
신약개발은 하나의 후보물질 성공 여부에 따라 기업의 성과가 크게 달라지는 대표적인 고위험 산업이다. 새로운 후보물질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확보한 후보물질을 임상과 허가, 상업화까지 연결할 수 있는 개발 체계를 갖추는 것 역시 장기적인 경쟁력의 핵심이다.
최근 회사가 R&D 투자를 빠르게 확대하면서 아첼라와 뉴라테온을 잇달아 출범시키고 자체 연구와 외부 후보물질 도입을 병행하는 이유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종근당이 그리고 있는 R&D 전략의 방향은 단순히 신약 후보물질을 많이 보유하는 데 있지 않다. 자체 연구와 외부 도입으로 파이프라인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전문화된 개발·연구 조직을 통해 이를 임상과 상업화 성과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확대된 R&D 투자가 이러한 구조를 통해 실제 신약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종근당의 성장성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