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불법촬영물과 성착취물을 유통하는 사이트를 만드는 행위 자체를 독립된 범죄로 규정해 운영자를 정범으로 처벌하는 법 개정에 나선다.
20일 성평등가족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경찰청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불법촬영물등 유통사이트 심층분석을 통한 불법사이트 통합 대응 방안'을 공개했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신영규 방송통신이용자정책국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6월 출범한 범정부 디지털 성범죄 대응 협의체가 협의해 확정한 결과물이다. 정부는 도박장 개설죄와 같은 방식으로 불법사이트를 여는 행위를 별도 범죄로 만드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을 올 하반기부터 검토한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불법촬영물 등 유통 사이트 심층분석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 불법사이트 통합 대응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영규 방송통신이용자정책국장, 원 장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2026.8.20/뉴스1
현재는 불법촬영물·성착취물 유통 사이트를 개설하거나 운영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독립 조항이 없다. 불법촬영물 유통 공간을 제공한 운영자가 직접 제작·유포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방조범으로만 처벌할 수 있는 한계가 있었다.
정부는 도박장을 열기만 해도 처벌받는 것처럼 사이트 개설 단계에서 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형법상 도박장소 개설죄는 영리 목적으로 도박 장소나 공간을 만든 사람을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2018년 5월부터 2026년 5월까지 삭제 지원 과정에서 확보한 불법사이트 3만 4628개를 분석한 결과, 6683개(19.3%)가 아직도 접속 가능한 상태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3832개는 별도 우회 없이 국내망에서 바로 접속할 수 있었다. 접속 가능한 사이트 중 한국어로 운영되거나 'Koreanporn' 같은 한국 관련 카테고리를 둔 곳은 1316개였다. 이들 사이트에 올라온 한국인 관련 영상은 약 215만개로 추정된다.
성평등가족부
조직적으로 여러 사이트를 동시에 운영하는 형태도 확인됐다. 정부 분석 결과 운영자가 같은 그룹은 총 385개였으며, 이 중 7개 그룹은 20개 이상 사이트를 함께 굴리고 있었다.
불법사이트의 주요 수익원은 도박·성매매 등 배너광고였다. 국내망으로 접속되고 배너광고가 게재된 1674개 사이트에서 도박·성매매 등 배너광고 4만686개가 발견됐다.
2021년 이후 경찰이 검거한 27건, 126개 불법사이트 중 수익이 확인된 117개 사이트의 총수익 규모는 약 304억원에 달했다.
사이트에는 평균 34.7개, 최대 300개까지 불법 배너광고가 실렸다. 배너 광고 1개당 단가는 최소 50만~300만 원으로, 사이트 1곳당 최소 연 2억 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성평등가족부
정부는 우선 불법사이트의 핵심 수익원인 광고 차단에 나선다. 불법촬영물 등이 유통되는 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제도를 오는 9월부터 추진한다.
일반 광고는 게재 현황을 공표하고 광고 중단 조치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도박·저작권 침해 사이트 등 불법 광고는 긴급 차단할 계획이다.
사이트 운영에 쓰이는 계좌도 묶는다. 정부는 특정금융정보법상 '강화된 고객확인제도'(EDD)를 활용해 불법사이트 운영 계좌의 거래를 정지하는 방안을 올 하반기부터 추진한다. 금융정보분석원(FIU) 통보에 따라 금융기관이 명의인에게 자금 출처 등을 소명하도록 하고 소명이 끝날 때까지 해당 계좌의 출금·이체를 일시 차단하는 방식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경찰은 올 하반기 서울·부산·경기남부·전남경찰청을 포함해 4개 시도청에 '불법사이트 특별수사팀'을 새로 만들어 기존 피해 신고 중심 수사에서 사이트 자체를 겨냥한 인지수사로 수사 범위를 넓힌다.
수사기관이 불법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수사 단서를 수집하고 원본 데이터를 삭제하는 '능동적 방어' 제도 도입도 검토한다. 일종의 합법적 해킹으로, 호주와 영국의 입법례를 토대로 이달부터 범죄 환경과 기술적 대응 방안, 법리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연구용역과 근거 법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차단을 피하려 도메인을 계속 바꾸는 '도메인셔틀링'을 AI로 분석·예측해 불법사이트를 자동 탐지하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불법 유해사이트 정보와 스팸문자 키워드 필터링을 활용해 사이트 유입 단계부터 차단하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삭제 요구를 반복적으로 거부하는 사이트에 대해서는 성평등부 장관이 기간통신사업자에게 직접 접속 차단을 요청할 수 있는 '긴급 차단 요구권'도 도입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에 대한 대응도 강화한다. 정부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한국인 피해 신고를 전달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해외 호스팅·CDN 사업자에는 성평등부·경찰청·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공동으로 서비스 중지를 공식 요청할 방침이다.
원민경 장관은 "피해자의 인격을 말살하는 불법촬영물이 누군가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정부는 불법촬영물 확산의 근원인 불법사이트를 무력화하는 데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생성형 AI 기술을 악용한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해서도 기술적 조치 의무화, 생성도구 출시 제한 등 해외 사례를 검토해 딥페이크 생성부터 유통, 이용 등 전 과정에 걸친 대응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