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0일(목)

원숭이도 외로우면 '반려동물' 키운다... 생쥐 쓰다듬고 강아지랑 놀아 (연구)

영장류도 인간과 같이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놀라운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지난달 야생과 사육 환경에서 영장류가 다른 동물종과 맺는 특별한 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영장류'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원숭이와 유인원이 생쥐를 쓰다듬고, 마모셋 새끼를 입양해 돌보는 등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간과 유사한 행동 패턴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인간의 반려동물 사육 행동이 영장류 공통 조상 시대부터 이어진 진화적 특성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난 18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연구를 주도한 시릴 그루터 옥스퍼드대 영장류학 부교수는 석사과정 시절 중국 상하이동물원에서 암컷 긴팔원숭이가 작은 생쥐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장면을 목격한 경험이 연구의 출발점이 됐다고 밝혔다. 그루터 부교수는 "긴팔원숭이가 생쥐를 매우 세심하게 보살폈고, 생쥐도 긴팔원숭이 손 위에서 편안해 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Dr Mary Gillham Archive Project, Wikimedia Commons 제공Dr Mary Gillham Archive Project, Wikimedia Commons


연구팀은 종간 상호작용 사례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기 위해 언론 보도와 기존 과학 문헌을 조사하고 영장류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88종의 영장류에서 나타난 427건의 사례를 확보했다. 영장류들은 자신과 다른 종의 영장류뿐 아니라 도마뱀, 새, 사슴, 개, 다람쥐 등 다양한 동물과 교류했다.


분석 결과 영장류들이 가장 빈번하게 보인 행동은 함께 놀거나 털을 정리해주는 것이었다. 우간다에서는 어린 동부침팬지 두 마리가 붉은꼬리원숭이에게 다가가 꼬리를 쓰다듬으며 털을 손질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침팬지가 일반적으로 다른 원숭이를 공격하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행동이다. 마카크 원숭이는 닭과 강한 사회적 유대를 형성했고, 카푸친원숭이 무리는 어린 마모셋을 입양해 젖을 먹이고 수개월간 돌보기도 했다.


image.pngSpringer Nature


영장류가 다른 종 동물을 대하는 방식은 같은 종을 대할 때와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어린 영장류는 다른 동물과 함께 노는 경우가 많았고, 성체 암컷은 새끼 동물에게 젖을 먹여 돌보는 경향이 나타났다.


반면 성체 수컷은 대체로 무관심했으며 때때로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다. 대부분의 종간 상호작용은 짧은 기간 동안 이뤄졌지만, 일부 사례에서는 입양과 비슷할 정도로 오랜 관계가 유지됐다.


연구팀은 영장류가 다른 종과 친밀한 행동을 하는 이유로 외로움이나 친밀감에 대한 욕구를 제시했다. 인간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다른 사람이나 동물과 접촉하는 것처럼, 영장류도 다른 동물을 쓰다듬거나 몸을 맞대면서 사회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할 허조그 웨스턴캐롤라이나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에게 진화적으로 이익이 없는 다른 종에게 많은 자원을 쏟는 것은 진화적 관점에서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image.pngSpringer Nature


반려동물을 키우고 보살피는 행동은 오랫동안 진화적 수수께끼로 여겨져 왔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유는 동반자 관계 형성, 사회적 유대감 획득, 자신의 지위를 드러내는 수단 등 다양하다.


인간이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한 시점과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조이 골즈버러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 박사후연구원은 "동물이 사냥이나 보호 등에 유용했기 때문이라는 이론이 있는가 하면, 인간에게 다른 생명체를 돌보고 유대 관계를 맺으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론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이 반려동물을 길렀다는 가장 오래된 고고학적 증거는 약 1만4000년 전 독일의 무덤에서 발견됐다. 이 무덤에는 남성 한 명, 여성 한 명과 함께 개 한 마리가 묻혀 있었다. 전문가들은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가 이보다 훨씬 앞서 형성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그루터 부교수는 "인간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과 완전히 동일한 비인간 영장류의 행동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도 "인간의 반려동물 사육 행동이 진화한 과정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