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9일(수)

K-팝 넘어 K-뷰티·푸드로... CJ이재현 회장이 그린 'K-라이프스타일' 30년 결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 8월의 뜨거운 태양을 뚫고 수만 명의 관객이 모였다. 제로베이스원이 최근 발매한 곡 'Exotic'의 무대를 처음 선보이자 글로벌 팬들의 함성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길 건너 LA 컨벤션센터에서는 전 세계 잘파 세대 관람객들이 K-뷰티와 K-푸드 부스 앞에 긴 줄을 늘어섰다. CJ가 2012년 시작한 세계 최대 K-라이프스타일 축제 'KCON'의 현장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직접 현장을 찾아 열기를 체감했다. 지난 5월 미국 주요 사업장을 점검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다시 태평양을 건넜다. 오래전부터 구상해온 K-웨이브와 K-라이프스타일 전략이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CJ


CJ는 K-라이프스타일 확산을 북미 사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는 전략도 구체화했다. 식품·콘텐츠·뷰티를 하나의 소비 경험으로 연결해 지난해 약 8조원인 북미 매출을 2028년 12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30년 전 '문화가 미래'... KCON, K-라이프스타일 무대로


"전 세계인이 매년 2~3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달 1~2번 한국 음식을 먹고, 매주 1~2편의 한국 드라마를 보고, 매일 1~2곡의 한국 음악을 들으며 한국 문화를 즐기게 하겠다"


이재현 회장이 30여 년 전 제시한 비전이다. K-팝도, K-푸드도, K-뷰티도 세상에 없던 단어였던 시절이다. 당시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구상에 가까웠고, 문화를 '산업'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낯설었다.


식품회사가 할리우드에 뛰어들겠다는 결정에 주변에서는 '무모한 도박'이라며 만류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문화는 미래(산업)다’라는 신념으로 밀어붙였다. CJ는 1995년 드림웍스에 투자하며 문화 사업의 첫 씨앗을 심었다. 2012년에는 K-컬처를 한자리에서 소개하고 즐길 수 있는 무대인 'KCON'을 만들었다.


'KCON LA 2026'은 문화 사업에서 시작된 CJ의 구상이 'K-라이프스타일'로 확장된 모습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30년 전 이 회장이 언급했던 영화와 음식, 드라마, 음악에 이제 뷰티까지 더해졌다. 한때 꿈처럼 들렸던 비전이 KCON이라는 공간에서 현실이 된 셈이다.


이 회장은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KCON과 올리브영 페스타 등 LA 현장을 직접 둘러봤다. 먼저 1,400평 규모로 컨벤션 메인을 장식한 올리브영 페스타를 찾아 페스타 전용 타포린 백을 멘 채 스킨스캔 체험을 위해 줄을 선 미국의 잘파 세대 관람객들을 만났다.


CJ제일제당의 K-푸드 브랜드 '비비고' 행사장도 방문했다. 미국에서 최근 출시된 비비고 김치 누들을 직접 시식하며 "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CJ ENM의 글로벌 K-POP 콘텐츠 플랫폼 엠넷플러스 부스에서는 "미국 K-팝 팬들은 무조건 엠넷플러스를 사용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독려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CJ


15일에는 이미경 부회장,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과 함께 콘서트장을 찾았다. 공연을 지켜본 이 회장은 문화 사업에 투자해온 지난 30년의 여정을 되짚었다.


이 회장은 "30년 전 '문화가 미래(산업)'라는 믿음에서 CJ의 문화 사업이 출발했듯이 이제 콘텐츠·푸드·뷰티 등으로 세계인의 일상을 채우는 글로벌 K-라이프스타일 리더로 나아가자"고 밝혔다.


K-팝 팬덤, 뷰티로 확장... 美 첫 올리브영 페스타


KCON은 2012년 시작 이후 전 세계 14개 지역에서 누적 관객 235만 명을 동원했다. 이제 단순한 K-팝 콘서트를 넘어 K-팝과 K-콘텐츠, K-푸드, 그리고 올리브영이 이끄는 K-뷰티까지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K-라이프스타일 종합 축제로 자리 잡았다.


K-팝을 통해 한국 문화에 눈뜨고, 영화와 드라마에 빠진 뒤 작품 속 주인공이 먹던 라면과 만두를 맛보고 그들이 사용하는 화장품을 구매하는 식이다. KCON은 K-팝과 콘텐츠에서 시작된 관심을 실제 소비와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하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CJ


CJ가 앞으로 북미 시장에서 추진하려는 전략 역시 이 같은 구조와 맞닿아 있다. 기존에는 개별 브랜드의 현지화와 생산·유통 기반 확대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식품·콘텐츠·뷰티를 연결해 하나의 K-라이프스타일 경험으로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허민회 CJ 대표는 16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CJ는 K-웨이브(한류)의 인기를 K-라이프스타일 경험으로 잇는 생태계를 구축해 북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K-팝과 콘텐츠로 형성된 팬덤을 K-푸드와 K-뷰티 등 일상 소비로 확장하고, 다시 각 사업 간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올해 KCON LA에 올리브영이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한 것도 이런 전략의 연장선이다. 미국에서 처음 열린 '올리브영 페스타'는 글로벌 소비자가 다양한 K-뷰티 브랜드를 직접 경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동시에 올리브영과 함께 미국 시장에 진출한 중소·인디 뷰티 브랜드가 현지 인지도를 높이는 기회로 활용됐다.


이 회장이 중소기업 중심 부스인 'K-Collection'존에 오래 머물며 관심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KCON은 국내 중소 브랜드가 잘파 세대 소비자와 직접 접점을 만들고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KCON의 역할도 CJ 자체 브랜드를 알리는 데서 나아가 국내 중소 K-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넓어지고 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CJ


CJ올리브영은 8월 14일부터 3일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LA컨벤션센터에서 '올리브영 페스타 LA 2026'을 개최했다. 미국에서 처음 선보인 K-뷰티 축제다. 올리브영과 함께 미국 시장에 진출한 K-뷰티 브랜드와 글로벌 인플루언서, 현지 고객이 한 공간에 모여 K-뷰티를 넘어 K-라이프스타일을 탐색하고 즐겼다.


행사장은 평소 올리브영과 K-뷰티를 즐겨 찾던 팬들로 붐볐다. 관람객들은 브랜드 부스를 자유롭게 둘러보며 제품을 체험하고 다양한 K-뷰티 브랜드를 살펴봤다.


올리브영 페스타를 위해 KCON 현장을 찾았다는 관람객 첼시(Chelsea)는 "미국에 올리브영 매장이 생기면서 이제는 아마존에서 구매하는 대신 제품을 직접 테스트해보고 살 수 있어 좋다"며 "이번 페스타에서는 매장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헤어케어 등 새로운 브랜드도 알게 돼 K-뷰티를 탐색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K-팝을 계기로 K-뷰티까지 관심을 넓혀 페스타를 찾은 고객도 있었다.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KCON에 참석하기 위해 3시간 넘게 걸려 LA에 왔다는 미셸(Michalle)은 "K-팝 팬으로 콘서트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와 K-뷰티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며 "올리브영 페스타는 처음인데, 평소 관심이 많았던 스킨케어뿐 아니라 헤어케어와 이너뷰티까지 다양한 카테고리의 K-뷰티를 한자리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어 더욱 특별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페스타에 참여한 55개 브랜드는 모두 올리브영 미국 매장에 입점한 K-뷰티·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각 브랜드는 개성과 경쟁력을 담은 부스를 꾸리고 현지 고객과 직접 소통했다. 그동안 데이터로 접했던 미국 소비자의 반응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확인하고, 미국 시장에서 브랜드를 알리고 성장시킬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가 됐다.


브랜드와 고객의 만남은 페스타 현장에만 머물지 않았다. 올리브영은 K-뷰티를 꾸준히 소개해온 글로벌 인플루언서 90여 명을 초청해 페스타를 자유롭게 경험하고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특별 세션도 마련했다.


크리에이터들은 현장에서 접한 K-뷰티 브랜드와 제품을 직접 체험한 뒤 관련 콘텐츠를 제작해 글로벌 소비자에게 소개했다. 이렇게 생산된 콘텐츠는 또 다른 글로벌 소비자와 K-뷰티 브랜드를 연결하는 접점이 된다.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통해 소개된 브랜드가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이러한 관심이 쌓여 글로벌 팬덤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CJ


올리브영은 페스타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K-뷰티 브랜드와 글로벌 고객 간 접점을 넓히고 있다. 지난 1월 세포라와 맺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오는 20일 미국 세포라 오프라인 매장 580여 곳에 K-뷰티 브랜드를 큐레이션한 '올리브영 K뷰티에딧(OLIVE YOUNG K-Beauty Edit)' 매대를 론칭할 예정이다.


이번 페스타에서는 정식 론칭을 앞둔 '올리브영 K뷰티에딧' 매대를 미리 선보였다. 현장을 찾은 고객들은 올리브영이 큐레이션한 K-뷰티 브랜드와 제품을 한발 앞서 경험했다.


행사 기간 브랜드 관계자들은 현지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소통했고, 관람객들도 부스를 돌며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을 체험했다.


북미 매출 8조→12조... K-라이프스타일이 다음 성장동력


CJ는 KCON에서 확인한 K-라이프스타일의 확장 가능성을 실질적인 북미 사업 성장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CJ그룹은 지난해 약 8조 원인 북미 매출을 2028년 12조 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북미 사업은 지난 10년간 CJ의 글로벌 성장세를 이끈 핵심 축이다.


CJ의 북미 매출은 2017년 약 8,000억 원에서 2019년 미국 냉동 피자 기업 슈완스 인수를 계기로 약 4조 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8조 원까지 성장했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약 33%에 달한다.


앞으로는 성장 방식도 달라진다. 지금까지 각 브랜드의 현지화와 생산·유통 기반 확대가 중심이었다면, 다음 단계에서는 CJ제일제당·CJ ENM·올리브영 등 주요 계열사가 식품·콘텐츠·뷰티를 하나의 소비 경험으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K-콘텐츠를 접한 소비자가 K-푸드를 맛보고 K-뷰티 제품을 경험하도록 사업 간 경계를 허물어 K-라이프스타일 시장 자체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CJ제일제당의 식품 사업도 북미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한다. 페데리코 아레올라 CJ슈완스 아시안식품 BU장은 "미국 냉동식품 분야에서 비비고가 약 25%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 5% 수준인 상온 보관 제품 점유율을 2~3배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식 CJ아메리카 대표는 "비비고와 올리브영 등 계열사 사업이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CJ는 올해와 내년 본격화할 올리브영의 미국 사업 확대와 CJ제일제당 식품 사업의 성장세가 2028년 목표 달성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이 회장이 지난 5월 미국 사업 현장을 찾아 강조했던 주문을 구체화한 것이기도 하다.


당시 이 회장은 "미국 시장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북미 모든 사업을 K-라이프스타일로 연결해 현지 소비자의 일상 속으로 확산해야 한다"며 계열사 간 시너지를 주문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CJ


3개월 만에 다시 미국을 찾은 이 회장은 KCON과 올리브영 페스타, 비비고 등 사업 현장을 둘러보며 이 전략이 소비자 접점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점검했다.


CJ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KCON이라는 축제에서 잠시 경험하는 K-라이프스타일이 아니라, 미국 소비자의 일상 속에 자리 잡는 K-라이프스타일이다. K-팝과 콘텐츠에서 시작된 관심이 비비고 만두·김치, 올리브영 화장품 소비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 CJ가 북미 매출 12조 원을 다음 이정표로 제시한 배경이다.


30년 전 '문화가 미래'라는 믿음에서 시작된 도전은 이제 세계인의 일상을 겨냥한 K-라이프스타일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