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4일(금)

'IT 황제' 빌 게이츠와 악수한 정기선...4년 투자 끝에 원자로 만든다

2022년 테라파워 투자로 시작해 원자로 용기 수주·주기기 우협까지

HD현대, 나트륨 원자로 용기 연 2~3기 공급 목표...현대건설과 美 SMR 공략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14일 서울에서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 겸 회장과 마주 앉았다. 2022년 테라파워에 투자한 지 4년 만에 HD현대는 게이츠가 세운 원전 기업의 차세대 원자로를 직접 만드는 단계까지 올라섰다. 목표는 원자로 용기 연 2~3기 공급 체계다.


사진.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 겸 회장과 2025년 8월 22일(금) 만나 SMR 사업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jpg사진.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 겸 회장과 만나 SMR 사업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사진제공=HD현대


이날 회동에는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와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도 함께했다. 지난 5월 HD현대와 테라파워, 현대건설이 '차세대 나트륨 원자로 사업 협력을 위한 3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세 회사 최고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다.


정 회장과 게이츠 등은 나트륨 원자로의 육상 상용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테라파워가 원자로 기술을 맡고 HD현대가 주기기를 제작한다. 발전소 설계·조달·시공(EPC)은 현대건설이 담당하는 구조다.


정 회장은 "기술, 제조, EPC를 아우르는 협력체계를 기반으로 차세대 원자로의 상용화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자체적인 기술 개발과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SMR 발전 수요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3000만달러 투자에서 원자로 제작까지


정 회장과 게이츠의 SMR 협력은 2022년 시작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당시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지분 투자 이후 양측의 협력은 원자로 제작 계약으로 이어졌다.


HD현대는 2024년 12월 테라파워로부터 나트륨 원자로에 들어가는 원통형 원자로 용기를 수주해 제작해왔다. 지난해 3월에는 '나트륨 원자로 상업화를 위한 제조 공급망 확장 전략적 협약'을 체결하고 약 1년간 제조 타당성과 가격 경쟁력, 인도 일정 등을 검토했다.


올해 5월에는 나트륨 원자로 주기기 핵심 설비의 제작·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다. 같은 달 현대건설까지 합류하면서 테라파워의 기술과 HD현대의 제조, 현대건설의 EPC를 묶은 3사 체계가 만들어졌다.


HD현대는 공급 범위를 구체화하는 동시에 생산 설비 투자도 준비하고 있다. 상용화 이후 원자로 용기를 연간 2~3기 공급할 수 있는 생산 체계를 갖추는 것이 목표다.


게이츠의 기술, 정기선의 제조...美 95GW 시장 겨냥


세 회사가 먼저 향하는 곳은 미국이다. 미국의 원자력 발전 설비는 약 95GW로 세계 최대 규모다. 전 세계 원전 설비의 약 25%가 미국에 있다.


1970년대부터 가동된 원전이 적지 않은 데다 데이터센터 증설로 전력 사용량도 늘고 있다. 테라파워는 소듐냉각고속로(SFR) 방식의 차세대 SMR인 '나트륨(Natrium)'을 앞세워 미국 시장에 들어가고 있다.


HD현대는 조선·해양 분야에서 축적한 대형 구조물 제작 역량을 원전 주기기로 넓히고 있다. 첫 단계였던 지분 투자는 원자로 용기 수주로 이어졌고, 현재는 핵심 설비의 공급 범위와 생산 설비 투자까지 협의 대상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