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지난 13일 한국을 찾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이자 차세대 원전 기업 테라파워의 창업자인 게이츠 이사장은 이날 오후 9시 20분쯤 전용기편으로 김포공항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했다.
게이츠 이사장의 방한은 지난해 8월 이후 1년 만이다. 이번 방문의 핵심 목적은 소형모듈원전(SMR)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다. 방한 기간 동안 그는 정부와 국회, 재계 주요 인사들과 연쇄 회동을 이어간다.
우선 14일에는 한성숙 국무총리를 면담한다. 총리실 측은 게이츠 이사장이 먼저 면담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조정식 국회의장과의 비공개 면담도 추진 중으로, 현재 세부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13일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방한하고 있다. 2026.8.13 / 뉴스1
재계와의 연쇄 회동도 예정돼 있다. 게이츠 이사장은 14일 정기선 HD현대 회장을 만나 SMR 협력 방안을 협의한다. 두 사람의 만남은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포럼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테라파워의 2대 주주인 SK그룹과의 접촉도 이뤄진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의 배석 및 회동 의제를 조율하고 있다. 앞서 SK이노베이션과 SK㈜는 2022년 공동으로 테라파워에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며 주요 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테라파워는 올해 차세대 원전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와이오밍주 케머러 1호기 건설 허가를 획득했다. 상업 규모의 차세대 원전이 미국에서 건설 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참여도 한층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테라파워의 나트륨 원자로 핵심 설비인 원자로 인클로저 시스템(RES) 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HD현대는 2022년 테라파워에 3000만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2024년 첫 나트륨 원자로에 탑재되는 원통형 원자로 용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3월에는 나트륨 원자로 상업화를 위한 제조 공급망 확장 협약도 맺었다. 한국수력원자력 역시 올해 1월 테라파워 지분 4천만 달러(약 600억 원)를 인수하며 협력 범위를 넓혔다.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4세대 원자로 '나트륨'은 액체 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소듐냉각고속로(SFR) 방식이다. SFR은 고속 중성자를 핵분열시켜 발생한 열을 물이 아닌 액체 나트륨으로 냉각해 전기를 생산한다. SMR 중에서도 안전성과 기술 완성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기존 원자로 대비 핵폐기물 발생량이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를 보완할 수 있는 차세대 원전이자 에너지 저장 기능을 갖춘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13일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방한하고 있다. 2026.8.13 / 뉴스1
이번 방한은 한국 정부가 SMR 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선 시점과도 맞물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AI 확산 영향으로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4년 415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945TWh로 2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SMR 특별법'을 바탕으로 창원·부산·경주에 SMR 제작지원센터를 구축하는 등 상용화 기반을 다지는 중이다.
게이츠 이사장 역시 지난해 방한 당시 AI 시대의 전력 문제 해결책으로 SMR을 적극 제시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이재명 대통령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만나 "AI와 반도체 산업이 끌어올리는 전력 수요에 SMR이 유효한 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과 연이어 만나 나트륨 원자로 공급망 구축과 사업화 전략을 논의하기도 했다.
한편, 현재 테라파워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게이츠 이사장의 주도하에 테라파워는 지난해 12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주요 안전성 평가를 당초 계획보다 한 달 빠르게 통과했다. 올 1월에는 메타(Meta)와 대규모 원자력 발전 계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