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한여름 무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냉방기 없이도 지낼 수 있을 만큼 시원한 기온을 유지하는 곳들이 있다. 해발 900m의 고지대에 위치한 강원도 태백시가 대표적이다.
8일 연합뉴스가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제공한 2021∼2025년 시군구별 주택용 전력 사용량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강원 지역 18개 시군 가운데 태백시와 정선군, 평창군은 한여름철(6∼8월) 전력 소비량이 겨울철(12∼2월)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태백시는 지난 5년간 여름철 전력 사용량이 겨울철 대비 80%대 수준에 머물렀다. 정선군과 평창군 역시 80∼90%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반면 강원도의 다른 시군들은 여름철 전력 사용량이 겨울철의 120%까지 증가하며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태백·정선·평창 3개 지역이 전국적인 냉방 전력 수요 증가 추세와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전 태백지사의 한 직원은 "태백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여름에 에어컨 안 켜고 산다', '모기도 없고 밤에는 시원하다'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폭염이 잦아지면서 에어컨 설치 가구가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다른 지역에 비하면 냉방 수요가 크지 않다"이라며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저녁에는 확실히 시원해지는 것이 태백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실제로 태백에서 열리는 야외 영화 축제 '태백 쿨 시네마 페스티벌'에서는 담요와 얇은 패딩을 준비해 가는 것이 필수로 여겨진다.
기상청 자료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된다. 태백시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평균 폭염일수(일 최고기온 33도 이상)가 6월 0.3일, 7월 1.8일, 8월 2.2일에 그쳤다. 열대야 현상은 단 한 차례도 관측되지 않았다.
정선군은 같은 기간 평균 폭염일수가 6월 4.3일, 7월 13일, 8월 11.5일로 태백보다 많았으나, 평균 열대야 일수는 7월과 8월 모두 0.5일에 불과했다.
태백시와 정선군, 평창군이 여름에도 서늘한 기후를 유지하는 것은 높은 해발고도와 독특한 지형적 특성 때문이다. 낮 동안 뜨거워진 지표면이 밤사이 빠르게 냉각되는 현상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구름과 대기 중 수증기는 지표의 열이 우주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해발이 높은 산간 지역은 공기가 맑고 건조해 지표의 열이 쉽게 방출되는 복사냉각 현상이 활발하게 나타난다.
더불어 도시 지역에서 흔히 나타나는 열섬현상도 이들 지역에서는 미미하다. 도시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낮 동안 흡수한 열을 밤에도 방출하고, 자동차와 냉방기 등에서 발생하는 인공 열까지 더해져 기온이 높게 유지되지만, 태백·정선·평창은 이러한 영향을 적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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