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종류의 살충제에 유전적 내성을 지닌 말라리아 모기가 아프리카 대륙 전역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각) 아노펠레스 스테펜시(Anopheles stephensi)로 불리는 이 모기가 사실상 어떤 살충제로도 박멸할 수 없다고 전했다.
스테펜시는 2012년 지부티에서 처음 아프리카 대륙에 유입된 뒤 서쪽으로는 가나, 남쪽으로는 케냐까지 10여 년 사이 급속도로 확산했다.

이 모기는 전통적으로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를 전파해 온 토착 모기들과 확연히 다른 특성을 보인다. 농촌은 물론 도시 지역에서도 왕성하게 번식하며, 건기에도 개체 수가 줄어들지 않는다.
이는 인구 2000만 명 규모의 라고스와 킨샤사 같은 대도시에서도 말라리아가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프리카 대도시 거주자 대부분은 말라리아에 대한 면역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말라리아는 이미 아프리카에서 가장 치명적인 질병 중 하나로 꼽힌다.
지부티의 사례는 스테펜시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2년 지부티의 말라리아 발병 건수는 27건에 그쳤다. 하지만 2013년 스테펜시가 발견된 이듬해 발병 건수는 1700건 가까이로 급증했고, 2020년에는 7만 건을 넘어섰다.
에티오피아 제2의 도시 디레다와 역시 2022년 스테펜시 확산으로 말라리아 발생이 크게 늘었다. 스테펜시 확산에 따라 2024년 말라리아 발생 건수는 전년보다 900만 건 증가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최근 공개된 유전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스테펜시는 지부티 유입 후 세 경로로 확산했다. 에티오피아를 통과해 케냐로, 홍해를 건너 예멘으로, 수단을 거쳐 서아프리카 지역으로 퍼져나간 것이다.
특정 모기 종이 이처럼 짧은 기간에 광범위하게 확산한 사례는 전무하다.
스테펜시는 2013년 무렵 파키스탄이나 인도에서 출항한 선박을 통해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방역 예산 삭감이다. 세계 최대 말라리아 퇴치 자금 지원국인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지원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지난해 말라리아 유병률이 높은 국가 대부분에서 방역 예산이 2024년 대비 3분의 1 이상 감소했다.
과학자들은 스테펜시가 차드, 소말리아, 에리트레아, 남수단 등 방역 역량이 부족한 국가들에도 이미 퍼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