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를 미래 기술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키우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로 시작한 현지 활동은 연구개발 조직 설립과 기술 인재 영입, 과학문화 분야 협력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를 중심으로 기술 기업과 스타트업, 연구기관, 대학, 전문 인력을 아우르는 협력 기반을 넓히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는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분야의 기업과 연구 인력이 밀집한 세계적인 기술 산업 중심지다.
(왼쪽부터) 지난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열린 현대차그룹과 익스플로라토리움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식에서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HMG브랜드경험담당 지성원 부사장, 익스플로라토리움 린지 비어만(Lindsay Bierman) 관장, 윌리엄 F. 멜린(William F. (Bill) Mellin) 이사회 의장이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 현대자동차그룹
이 지역을 핵심 거점으로 삼은 이유는 자동차 산업의 경쟁 영역이 엔진과 차체 같은 전통적인 제조 기술에서 소프트웨어, 데이터, 인공지능으로 확장되면서 완성차 기업에도 실리콘밸리와의 연결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공개한 피지컬 AI 비전도 이 같은 변화와 맞닿아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자동차와 로봇 같은 개별 기기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단계를 넘어 생산시설과 물류, 교통, 도시를 하나의 지능형 체계로 연결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를 구현하려면 자동차 제조 기술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로봇 제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컴퓨터 비전, 시스템 통합 기술 등이 필요하다.
베이 에어리어는 기술 투자와 연구개발, 인재 확보를 동시에 추친할 수 있는 곳으로 평가받는다.
샌프란시스코 / gettyimagesBank
현대차그룹과 실리콘밸리 혁신 생태계의 본격적인 연결은 2011년 시작됐다. 당시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조직인 '현대 벤처스'를 설립했고, 2017년 '현대 크래들'로 명칭을 변경했다.
현대 크래들은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로보틱스, 스마트시티, 친환경 에너지 등 미래 기술 분야의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와 협력을 추진한다. 현지에서 찾은 기술과 사업 아이디어를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 및 사업 부문과 연결하는 역할도 맡는다.
최근에는 AVP(Advanced Vehicle Platform)본부 소속 'AVP 실리콘밸리'를 신설하면서 현지 연구개발 기능도 강화했다.
현대 크래들이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찾는 탐색 조직이라면 AVP 실리콘밸리는 현지에서 확보한 기술과 인재를 실제 차량 및 모빌리티 플랫폼 개발로 연결하는 연구개발 거점이라 할 수 있다.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로보틱스 분야의 기술 변화에 현지에서 대응하고, 필요한 역량을 그룹 연구개발 체계에 빠르게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제레미 마 현대차그룹 시니어VP(전무급) 첨단차플랫폼(AVP) 본부 SV 실장. 링크드인 캡처 제레미 마 현대차그룹 시니어VP(전무급) 첨단차플랫폼(AVP) 본부 SV 실장 / 링크드인 캡처
AVP 실리콘밸리는 최근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제레미 마 전무가 총괄한다.
제레미 마 전무는 UCLA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캘리포니아공과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애플, 도요타리서치인스티튜트(TRI), 엔비디아 등에서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컴퓨터 비전, 시스템 통합 분야의 경력을 쌓았다.
글로벌 기술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9월 실리콘밸리에서 'HMG 테크 탤런트 포럼'을 개최한다.
포럼은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로보틱스,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인재를 초청해 현대차그룹의 기술 전략과 연구개발 성과를 알리는 자리다. 참가자들은 그룹 주요 리더와 연구개발 인력을 만나 미래 산업의 방향과 기술 협력 가능성을 논의한다.
현대차그룹 최초의 통합 기술 인재 채용 프로그램인 'HMG 글로벌 테크 탤런트 채용'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포럼을 일회성 채용 행사보다는 미래 기술 인재와 지속적인 관계를 만드는 접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HMG 테크 탤런트 포럼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의 샌프란시스코 네트워크는 산업 기술과 채용을 넘어 과학문화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샌프란시스코의 체험형 과학관인 익스플로라토리움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익스플로라토리움은 관람객이 전시물을 직접 만지고 조작하며 과학 원리를 이해하도록 구성된 과학관으로, 정해진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 관찰과 질문, 실험을 통해 과학적 사고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대차그룹은 이 협력을 바탕으로 2032년 서울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에 체험형 과학관을 조성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혁신 생태계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미래 모빌리티를 넘어 피지컬 AI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인류와 미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