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소비자 피해가 가장 많았던 피부과·성형외과 등 15개 의원이 선납진료 약관을 전면 개선했다. 단순 변심이나 시술 결과 불만족 시 환불을 막고 과도한 위약금을 부과하던 조항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 끝에 대거 사라졌다.
1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15개 의원의 선납진료 약관을 심사해 소비자에게 불리한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계약 해제·해지를 제한하거나, 과도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하거나, 사업자의 법적 책임을 회피하거나, 소송 제기를 금지하는 조항 등 총 6개 유형이 적발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 미용 의료기관에서 패키지 시술 비용을 미리 내고 이용하는 선납진료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번 수납할 필요가 없고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어 선호하지만, 중도 해지 시 환불 문제로 분쟁이 급증하는 실정이다.
공정위는 최근 2년(2023~2024년) 한국소비자원의 피해구제 접수 건수가 많은 상위 15개 의원을 선정해 약관을 들여다봤다.
그 결과 13개 의원이 계약 해제·해지 제한 조항을 두고 있었고, 10개 의원은 소송 제기 금지 조항과 선납진료권 양도 제한 조항을 각각 운영했다. 사업자 책임 배제 조항은 7개 의원에서, 과도한 위약금 예정 조항은 2개 의원에서 확인됐다.
특히 가장 많이 적발된 계약 해제·해지 제한 조항은 시술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계약 후 일정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환불을 아예 막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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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이 같은 조항이 사용하지 않은 진료비 전액을 위약금으로 가져가는 것과 다름없다며 약관법 제9조 위반으로 판단했다.
또 일부 의원은 중도 해지할 경우 결제금액의 20%에서 30%를 위약금으로 부과하는 조항도 마련해뒀다. 공정위는 이 역시 소비자에게 과도한 손해배상 의무를 지우는 무효 조항이라고 판단했다.
환불 후 민·형사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약을 요구하거나 소송이나 이의 제기 자체를 금지한 조항, 선납진료권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지 못하게 한 조항, 지정 의료진이 퇴사하거나 휴진해도 환불 없이 대체 진료만 받도록 한 조항 등도 시정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해당 사업자들은 환불 제한 조항을 삭제하고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위약금 10%만 공제한 뒤 나머지를 환불하도록 약관을 고쳤다.
사업자의 고의나 과실로 발생한 손해는 배상하도록 했고, 소송 제기 금지 조항과 양도 제한 조항은 삭제했다. 지정 의료진이 바뀔 경우에도 동의하지 않으면 환불받을 수 있게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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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4년(2021~2024년)간 선납진료 관련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총 1150건에 달했다.
접수 건수는 88건에서 449건으로 약 5배나 늘었다. 피해 유형 중 83.1%가 계약 해지·위약금 관련 분쟁이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보 비대칭성이 큰 의료 분야 선납진료 약관을 점검해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질서를 확립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잔여 대금 환불 기준과 부당한 양도 금지 조항을 합리적으로 개선한 내용을 반영해 관련 분야 표준약관 제정도 검토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를 중심으로 불공정 약관과 거래 관행을 지속 점검하고 시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