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7월 들어 급증하면서 올해 연간 총량 목표치의 약 80%가 소진됐다. KB국민은행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절반으로 줄인 데 이어 일부 은행은 비대면 대출 접수를 중단하는 등 은행권의 자율 규제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하반기가 이제 막 시작됐지만 연말까지 대출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5대 은행의 정책성 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648조 3607억 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 644조 9761억 원과 비교하면 3조 3846억 원 늘어난 규모다. 5대 은행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다.
이들 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는 합산 4조 3300억 원이다. 이달 들어 이미 목표치의 약 78.2%를 소진한 셈이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지난해 말보다 6조 원 가까이 줄어든 상태였다.
통상 은행권의 연간 총량 목표치는 1분기 중 정해지지만, 올해는 금융당국이 '4·1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한 뒤 총량 목표치를 부여하면서 은행들이 1분기 동안 보수적인 영업 기조를 유지한 영향이다.
상황이 바뀐 것은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 2분기부터다. 4월부터 1분기 감소 폭을 메우기 시작한 뒤 5월에는 가계대출이 3조 7000억 원 가까이 늘었고, 6월부터는 지난해 말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는 5월 9일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주택 거래량이 늘어난 데다 증시 활황으로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12일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기기 모습. 2026.7.12 / 뉴스1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도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10일 기준 1만 5176건으로 이미 4월 거래량인 1만 4795건을 넘어섰다.
신고가 마무리되면 5월의 1만 6212건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 서울 집값 상승으로 실수요자들이 경기권으로 이동하면서 거래량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4~5월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 3월 5506건에 불과했던 거래량은 4월 8625건, 5월 8789건으로 증가했다. 6월 거래량은 현재까지 4160건으로 집계됐으며 신고 기한이 남아 있는 점을 고려하면 더 늘어날 전망이다.
통상 주택 매매계약 후 2~3개월 뒤 잔금 지급과 함께 주택담보대출이 실행되는 만큼 7~9월 대출 잔액이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증시 활황에 따른 투자 수요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끌어올렸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9일 기준 109조 4381억 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7677억 원 늘었다.
신용대출 증가분의 대부분은 마이너스통장이 차지했다. 지난 9일 기준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4조 59억 원으로 44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말 43조 2812억 원보다 7247억 원 증가한 규모다. 지난 4월 말 39조 5904억 원과 비교하면 두 달여 만에 4조 4155억 원 늘었다.
가계대출 총량 한도 소진에 마이너스통장 증가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셈이다. 하반기 들어서도 주택 거래와 투자 열기가 이어지자 은행권은 고강도 대출 관리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를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했다. 아직 연간 총량 목표를 초과하지 않았지만 선제적으로 대출 증가세에 제동을 건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초과해 올해 총량 관리에서 페널티를 받은 만큼 2년 연속 목표치를 넘지 않기 위해 선제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너스통장 한도도 잇따라 축소됐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최대한도를 5000만 원으로 제한했고, NH농협은행은 연 소득의 50% 이내에서만 대출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잇따라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줄이며 총량 관리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KB국민은행의 조치가 다른 은행으로도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대부분 은행이 월별·분기별 총량 목표에 맞춰 대출을 공급해야 하는 만큼 KB국민은행에서 이탈한 대출 수요를 다른 은행이 무제한으로 흡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출 관리 강화 기조가 지방은행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10일 지방은행들을 대상으로 가계부채 관리 이행 방안을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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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대부분의 은행은 다양한 자율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모기지보험 가입을 일시 중단했다.
모기지보험은 MCI·MCG 형태로 제공된다. 신한·하나·NH농협은행은 대출모집법인을 통한 신규 접수를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포용금융 차원에서 제공하던 우대금리를 최대 1.1%포인트 축소하며 대출 증가 속도 조절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