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혼자 걸을 때도 무의식적으로 왼쪽, 즉 시계 반대 방향으로 치우쳐 걷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일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는 스페인 나바라 대학교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논문을 인용해 인간에게는 본능적으로 좌측으로 이동하는 보행 성향이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연구진은 스페인과 일본에서 수백 명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개활지와 원형 공간 등에서 걷는 방향을 드론과 카메라로 추적했다. 놀이터의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관찰한 결과 이 같은 특징이 공통적으로 확인됐다.
특히 200명 이상의 피실험자가 타인의 영향을 받지 않는 완전히 독립된 상태에서 혼자 걸을 때도 동일한 좌측 통행 성향을 나타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우리의 발견은 매우 일관적이다"라며 "집단의 크기나 경계 효과, 오른손잡이·왼손잡이 같은 신체적 측면과 상관없이 시계 반대 방향의 움직임이 체계적으로 나타난다"라고 밝혔다. 통상 전 세계 인구의 약 10%만이 왼손잡이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보행 시 좌측으로 치우치는 본능은 손이나 발의 주사용 방향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설명이다.
문화적 차이로 인해 보행자 간 통행 규칙이 다른 스페인과 일본 양국에서 모두 같은 결과가 조사됐으며, 심지어 평소 우회전을 선호한다고 답한 사람들도 실제 걸을 때는 왼쪽으로 치우쳤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성인보다 어린아이들에게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려는 경향이 더 강하게 관찰돼, 이 행동이 후천적으로 학습된 것이 아니라 생애 초기부터 발달한 본능적 특성임을 시사했다. 정작 피실험자들에게 사람들이 어느 방향으로 걸을 것 같냐고 질문했을 때 대부분은 시계 방향을 예측했다.
인간이 왜 왼쪽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생물학적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연구진은 개미나 잉꼬 같은 동물들에게서도 방향 선택 시 좌측 선호 경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미세한 뇌 기능이나 생물학적 요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인간의 이동 본능은 향후 대형 경기장이나 공항, 박물관, 쇼핑센터 등을 설계할 때 군중의 동선을 더 직관적이고 편안하게 유도하는 건축 및 도시 계획 분야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