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지 않은 상태에서도 뇌 일부에 '깊은 수면 리듬'만 인위적으로 만들어주면 수면 부족으로 저하된 기억력과 회복 기능을 되살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직 동물실험 단계지만 향후 수면 장애 치료나 뇌 기능 회복 기술 개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온라인 미디어 카라파이아(karapaia)는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캠퍼스 연구진이 깨어 있는 생쥐의 뇌 한쪽에만 비렘수면(NREM)에서 나타나는 뇌파 리듬을 약 30분 동안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결과, 실제 잠을 잔 것과 유사한 회복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 6월 8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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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에 따르면 사람이 잠을 자는 동안 뇌에서는 수많은 신경세포가 시냅스를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다. 낮 동안 학습과 사고가 반복될수록 시냅스 연결은 더욱 강해지지만, 이 상태가 지속되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뇌에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
비렘수면 단계에서 뇌는 이런 과부하 상태를 해소한다. 수면이 부족하면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이유도 이 정리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비렘수면의 핵심이 신경세포의 활동과 휴식이 일정하게 반복되는 '서파(Slow Wave) 리듬'에 있다고 보고, 뇌 전체를 잠재우지 않고 특정 부위에만 이 리듬을 재현하면 수면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실험에서는 생쥐를 5시간 동안 깨어 있게 만들어 수면 부족 상태로 유도한 뒤, 마지막 30분 동안 뇌 한쪽에 빛을 이용해 비렘수면과 유사한 '켜짐(ON)-꺼짐(OFF)' 리듬을 인위적으로 만들었다.
연구진은 광유전학(Optogenetics) 기술을 활용해 빛에 반응하도록 조작된 신경세포를 광 펄스로 활성화하거나 비활성화했다. 생쥐는 계속 깨어 있었지만 뇌의 한쪽에서는 잠든 상태와 같은 활동 패턴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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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결과는 분명했다. 연구진이 이후 생쥐를 자연스럽게 잠들게 한 뒤 양쪽 뇌의 서파를 측정한 결과, 인위적으로 수면 리듬을 만든 쪽은 아무 자극을 받지 않은 반대쪽보다 서파가 훨씬 약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해당 부위가 이미 어느 정도 회복돼 더 이상 강한 수면이 필요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또 단순히 신경 활동만 억제하는 다른 방식으로는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신경 활동 자체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활동과 휴식이 반복되는 리듬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기억력 향상 효과도 입증됐다. 연구팀은 생쥐에게 특정 바닥의 촉감을 기억하도록 학습시킨 뒤 바로 잠을 재운 그룹, 1시간 동안 깨어 있게 한 그룹, 깨어 있으면서 비렘수면 리듬만 인위적으로 유도한 그룹으로 나눠 실험했다.
다음 날 기억력을 평가한 결과, 잠을 자지 못한 생쥐는 기억력이 크게 떨어진 반면 깨어 있는 상태에서 수면 리듬을 유도한 생쥐는 충분히 잠을 잔 생쥐와 거의 동일한 수준의 성적을 보였다. 기억 형성의 기반이 되는 시냅스 강도를 나타내는 분자 변화 역시 자연 수면을 취한 경우와 거의 같게 나타났다.
다만 연구진은 이 기술이 당장 사람에게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번 실험은 유전자를 조작한 생쥐의 뇌에 전극과 광섬유를 직접 삽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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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이끈 키아라 치렐리 교수는 앞으로 머리를 절개하지 않고 외부에서 자극하는 비침습적 기술로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연구진은 "자연스러운 수면이 여전히 가장 우수한 회복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자연 수면은 뇌 전체를 회복시키지만, 이번 실험에서는 일부 뇌 영역에서만 효과가 확인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