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성인의 25~30%에서 발생하는 대사이상지방간질환(MASLD)의 치료 실마리가 마련됐다. 국내 연구진이 젖산이 간세포 내 지방 축적을 촉진하는 기전을 규명하며 지방간 치료 단서를 제시했다.
지난 30일 고려대 안산병원 내분비내과 유지희 교수와 강원대병원 소화기내과 최대희 교수, 내분비내과 조은희 교수, 강원대 의과대학 Nguyen Giang 연구팀은 젖산이 간세포 내 지방 축적을 유도하는 과정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간 무게의 5% 이상을 지방이 차지하는 지방간은 일부 환자에게서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어 근본적인 치료 전략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연구팀은 배양한 간세포에 젖산을 처리하는 실험을 통해 지방 합성과 흡수에 관여하는 단백질 발현이 늘어나고 세포 내 지방 축적이 증가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젖산 수용체인 GPR81의 발현도 함께 증가했다.
추가 분석 결과 젖산은 GPR81을 거쳐 세포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핵심 효소인 AMPK의 활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이 AMPK를 인위적으로 활성화하자 젖산에 의해 늘어났던 지방 축적이 감소했다. 젖산이 '젖산-GPR81-AMPK' 신호전달 경로를 움직여 간 지방 축적을 촉진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생체 내 작동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한 동물모델 실험도 진행됐다. 제브라피시에 젖산을 처리했을 때 간 내 지방 축적이 선택적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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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방·고콜레스테롤 식이로 지방간을 유도한 쥐에서도 간 내 젖산 농도와 GPR81 발현이 늘어나 세포실험 결과와 부합하는 양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운동 후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젖산이 아니라 비만과 제2형 당뇨병 등 대사질환 상태에서 지속되는 젖산의 영향력을 분석한 기초연구라고 명시했다.
유지희 교수는 "전통적으로 대사 부산물로 여겨졌던 젖산은 최근 대사 조절에 관여하는 신호 전달 물질로 주목받지만 간 지방 축적을 유도하는 구체적인 과정은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는 GPR81을 매개로 한 젖산의 작용 경로를 규명함으로써 MASLD의 발생 기전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통찰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최대희, 조은희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GPR81은 향후 지방간질환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으며 기초연구의 성과가 실제 환자 치료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대한당뇨병학회 공식 국제학술지 '당뇨병과 대사증후군 저널(Diabetes & Metabolism Journal)'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