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가 임박한 60조 원 안팎 규모의 캐나다 차기 잠수함(CPSP) 사업의 최종 공급업체 선정을 앞두고 캐나다 정부가 보안 태세에 돌입했다.
29일 여권 고위 관계자는 "무두 엄청나게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캐나다 공무원들에게 함구령 내지는 접촉 금지령이 떨어진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의 한화오션과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가 맞붙은 이번 사업은 이르면 다음 달 7~9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를 앞두고 최종 공급업체가 발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종 판단을 내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고심은 막판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의 통상 갈등, 제조업 일자리 문제, 나토 방위비 증액 압박 등이 맞물리면서 잠수함 사업이 군사 조달을 넘어 카니 정부의 정치적 시험대가 됐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양자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뉴스1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24일 '카니 총리는 대규모 잠수함 계약을 미끼로 독일과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사업은 새로운 외교 정책과 국방비 확대를 경제적 성과로 연결하려는 마크 카니 총리의 전략을 시험하는 무대"라고 분석했다.
한 소식통은 "카니가 하루에만 12번씩 마음이 바뀐단 말이 있을 정도"라며 "발표가 임박했는데도 어디로 기울었는지 기류조차 감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9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순방 결과 브리핑에서 카니 총리와의 양자 회동에 대해 "(잠수함 수주)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며 "종합적 판단으로는 상당히 기대를 갖고 있는데, 낙관하기에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 승부는 캐나다의 나토 동맹국인 독일이 유리한 고지를 점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빠른 납기 능력과 잠수함 기술력을 앞세워 판을 흔들었다.
한국 정부는 캐나다 해군이 작전 범위를 북극해와 대서양을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까지 넓히기 위해서는 한국이 필수적인 전략적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방산 특사 자격으로 지난 1월과 5월 두 차례 캐나다를 찾았으며, 해군은 지난 2일 3000t급 도산안창호함에 캐나다 해군 장병을 태워 태평양을 횡단하는 잠수함 쇼케이스를 통해 성능을 입증하는 총력전을 폈다.
카니 총리가 사활을 건 일자리 문제를 겨냥한 카드도 유효했다. 한화오션은 현지 기업과 손잡고 연간 1200만t 규모의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 구축에 참여하는가 하면, 캐나다 자동차부품협회(APMA)와 합작법인을 세워 K9 자주포와 천무 등 국산 무기를 캐나다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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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개 현지 기업과의 협업으로 연간 2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고, 144조 원(940억 달러) 규모의 캐나다 국내총생산(GDP)을 견인하겠다는 구상이다. 한 당국자는 "한화 자체적으로 산업적 기여 의지를 매우 피력했고 정부 차원에서도 캐나다 측에 인도·태평양 지역 내 경제·안보 파트너 다변화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며 "다만 나토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독일이 점한 지정학적 우위는 여전히 견고하다. 캐나다가 북극해와 대서양 방어를 중시하는 데다, 트럼프 발 안보 불확실성 속에 나토 국가 간 방산 협력의 필요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캐나다 내 독일계 혈통 인구가 전체의 약 9%에 달한다는 점도 우호적 요인이다. 카니 총리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캐나다는 2035년 GDP 3.5%라는 나토의 새 방위비 지출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며 이를 위한 전력 투자 대상으로 "새 잠수함 함대"를 직접 거론해 독일 측 논리에 힘을 실었다.
G7 정상회의 계기 양자 정상 회담 결과문에서도 캐나다 총리실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서 양국이 "중대하고 전례 없는 협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 반면, 이 대통령과의 회담 결과문에는 "무역·투자를 중심으로 한 협력 확대"라는 표현을 담아 온도 차를 보였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경쟁은 한 건의 계약으로 끝나는 단판 승부가 아니라 글로벌 방산 시장 전체에서 한국의 신뢰도를 높이는 과정"이라며 "최종 결과와 별개로 한국이 나토 동맹국의 안방에서 대등한 경쟁을 펼쳤다는 사실 자체가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