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조기 탈락하며 '역대 최악의 월드컵'이라는 비극적인 성적표를 받게 됐다.
홍명보 감독은 결국 "국민께 죄송하다"며 자진 사퇴했지만, 전술 부재와 손흥민 선수 기용 등 경기 내적인 문제와 더불어 출범 당시부터 제기되었던 '선임 과정의 공정성 논란'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참사가 축구협회의 일방통행이 낳은 "예견된 인재(人災)"였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지난 2024년 박주호 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의 소신 폭로가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024년 9월 24일 박주호 해설위원(당시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 출석해 감독 선임 과정에 심각한 절차적 문제가 있었음을 폭로했다.
박주호 전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9.24/뉴스1
박 위원은 당시 "유능한 외국인 감독 후보들을 두고도, 회의 내내 국내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게 조성되었다"며 내부적으로 이미 홍명보 감독을 낙점해 둔 듯한 흐름에 심한 혼란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는 전력강화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일부 고위 관계자의 의중대로 흘러가는 내부 부정을 꼬집으며 축구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박 위원의 폭로 이후 진행된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는 축구협회의 부실한 행정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감사 결과, 정식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감독 선임 과정을 독단적으로 주도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이임생 이사는 심야에 홍명보 감독의 집 앞 빵집을 찾아가 감독직을 간청하듯 설득하는 등, 국가대표 감독 선임이라고는 믿기 힘든 특혜성·비상식적 면접을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명백한 절차 위반 속에서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마음대로 임명한 적 없고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했다"고 항변하며 국민적 눈높이와 동떨어진 현실 인식을 보여주었다.
박주호 전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 출석,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을 바라보고 있다. 2024.9.24/뉴스1
제대로 된 검증과 시스템 없이 출범한 '홍명보호'는 결국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무전술과 선수 기용 논란을 반복한 끝에 무너졌다.
정부 역시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탈락을 두고 "당황을 넘어 황당하다, 무능한 지휘관을 선발한 결과"라며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질책했고, 문체부는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축구협회 운영 전반을 들여다보겠다며 개혁에 착수했다.
2024년 박주호 전 위원이 울린 경종을 축구협회가 귀담아듣고 시스템을 바로잡았다면, 전 세계 축구 축제에서 이토록 비참하게 퇴장하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감독은 사퇴했지만, 불투명한 밀실 행정으로 한국 축구의 황금기를 허비한 대한축구협회 지부의 근본적인 쇄신과 책임 사퇴 없이는 제2, 제3의 몬테레이 참사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