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26일(금)

계엄 비판 자막 삭제 지시한 이은우 전 KTV 원장, 1심 집행유예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에 비판적인 방송 자막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이은우 전 한국정책방송원(KTV) 원장에게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오세용)는 2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원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이 전 원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 전 원장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KTV 직원들을 대상으로 방송 화면에 송출되던 정치인 등의 발언 중 계엄을 비판하거나 위헌·위법성을 지적하는 내용의 스크롤 자막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 수사에 따르면 이 전 원장은 당시 방송편집팀장에게 "정치인 발언, 정당, 국회, 사법부 관련 뉴스는 KTV 방송 기조와 다르니 빼라"며 "대통령 얘기, 포고령 같은 것만 팩트 위주로 넣으라" 등의 지시를 내렸고, 자막 담당자가 반발하자 보도부장을 통해 자막을 지우도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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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 전 원장이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대한변호사협회 등의 비판적인 발언과 입장만을 선별해 삭제하도록 지시한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결국 계엄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내용만 남도록 한 편파 보도 행위"라며 "방송의 공정성과 균형성을 해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이 전 원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KTV가 일반 언론사와 달리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국가기관이므로 편성 책임자로서 정당한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전 원장의 지시는 방송 편성에 관한 재량권의 범위를 현저히 벗어났고, KTV 간부들이 인사상 불이익 등을 우려해 이 전 원장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던 만큼 이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킨 혐의가 인정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KTV가 정부 정책 홍보 기능을 수행하는 공공·전문 편성 채널이라는 특수성이 존재하고, 평소 KTV의 시청률 등 채널 영향력을 감안할 때 잘못된 여론 형성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