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가 정부의 호남 반도체 투자 공식화에 맞서 국가산단 부지를 평당 1000원에 제공하는 파격적인 공장 유치 전략을 발표했다.
평당 148만 원에 달하는 지역 내 국가산업단지 부지를 사실상 헐값인 평당 1000원에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의 호남 중심 반도체 투자 기조에 맞서 압도적인 토지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5일 김장호 구미시장은 경북 구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 하반기부터 분양이 가능한 제5국가산업단지 2단계 지역에 반도체 제조공장을 위해 평당 1000원에 산업용지를 분양하겠다"며 "구미에선 다이소 물품보다 싼 가격에 공장을 지을 수 있는 셈"이라고 했다.
김장호 구미시장 / 뉴스1
현재 분양이 가능한 산업 용지는 총 82만 평 규모다. 기존 평당 분양가인 148만 원을 적용하면 총 1조2000억 원에 달하는 재원이 필요하지만 이를 구미시가 직접 감당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구미시는 우선 부지 40만 평 가격에 해당하는 6000억 원을 지방채 발행과 세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확보한 뒤 반도체 제조 공장 2기를 유치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다만 이 같은 특혜성 분양가 혜택은 반도체 제조 공장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구미시가 이러한 초강수를 둔 배경에는 전날 청와대가 발표한 반도체 정책에 대한 위기감과 맞대응 의지가 깔려 있다.
전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호남 반도체 투자를 공식화한 만큼 구미시는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기업들의 발길을 돌리겠다는 계산이다.
김 시장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새로운 성장 거점을 육성하겠다는 국가적 방향에는 환영한다"면서도 "공장 입지는 시장 경쟁력과 산업 생태계를 고려해 기업이 선택하는 것이지, 정부가 특정 지역에 '가라마라'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장호 구미시장 / 뉴스1
기업 유치를 위한 구미만의 차별화된 산업 생태계와 인프라의 우수성도 전면에 내세웠다. 김 시장은 "구미는 SK실트론·LG이노텍·KEC 등을 비롯한 309개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위치해 있어 공급망 안정성과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반도체 제조 공장 가동의 필수 핵심 조건으로 꼽히는 전력과 산업용수, 부지 등 '3대 인프라'가 이미 완벽하게 준비된 최적지라는 점을 거듭 확언했다.
김 시장은 "경북은 전력 자립도 228%로 전국 1위 수준이며 연간 반도체 공장 5~6기 정도에 공급이 가능한 여유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올해 영덕군이 대형원전 2기 건설 부지로 선정된만큼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전력 수요를 더욱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용수 공급과 기존 인프라 활용 측면에서도 자심감을 보였다. 김 시장은 "낙동강을 기반으로 일일 취수량 100만t 중 32만t을 사용하고 있어, 대규모 생산시설에 대해 충분한 용수를 공급할 수 있다"며 "구미 국가산업단지의 넓은 부지와 첨단반도체 연구단지, 반도체 소재·부품 시험 센터 등 연구 개발과 생산이 함께 이뤄지는 지방 유일의 반도체 인프라를 갖고 있다"고 했다.
정부의 인위적인 지역 안배 대신 기업들이 실리를 추구하는 시장 논리에 따라 최종 결정을 내려줄 것도 촉구했다. 김 시장은 "국가 전략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산업 생태계를 고려한 반도체 기업의 결단을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