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25일(목)

손재일 입건·출국금지로 각자대표 역할 부각...김동관, 사우디 MNG 수주 시험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국내 안전관리·해외전략 업무 경계 드러나

사우디 국방 현지화율 24.89%...2030년 50% 목표

K9·장갑차 넘어 공장·MRO·부품 공급망 패키지가 관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각자대표 체제가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방위부(MNG) 수주전을 앞두고 시험대에 올랐다. 대전사업장 폭발사고로 손재일 사업부문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고 출국금지되면서 국내 안전관리와 해외 전략의 업무 경계가 드러났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 뉴스1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 뉴스1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업부문과 전략부문을 나눠 운영하고 있다. 국내 사업장 운영과 안전보건 관리는 사업부문 대표 산하 조직이 맡는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수출과 미래사업 등 전략부문을 담당한다.


김 부회장이 사고 이후 새로 수주 전면에 나선 것은 아니다. 다만 손 대표 수사로 각자대표의 역할 구분이 선명해진 만큼 사우디 MNG 사업은 김 부회장의 해외 전략 성과를 가를 대형 사업으로 남게 됐다.


김동관 부회장이 쌓은 사우디 접점


김 부회장은 사우디 시장에 직접 공을 들여왔다. 2023년 경제사절단으로 사우디를 찾아 압둘라 빈 반다르 알 사우드 국가방위부 장관과 만났다. 2024년 2월 세계방산전시회(WDS)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시스템과 함께 사우디 국가방위부와 방산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서울에서 압둘라 장관을 다시 만났다. 당시 논의 의제에는 방산 협력과 함께 현지화, 공동개발, 유지·보수·정비(MRO) 협력이 포함됐다. 한화는 지난해 사우디 리야드에 중동·북아프리카(MENA) 총괄법인도 열었다. 올해 2월 WDS 2026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이 함께 참가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MNG 사업은 K9 자주포와 장갑차, 유도무기 등을 포함한 지상무기체계 현대화 사업으로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사업 규모가 10조원대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 현지 생산과 정비 인프라, 후속 부품 공급이 붙으면 전체 사업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 1분기 지상방산 수주잔고는 39조7천억원이다. 역대 최대 규모다. 회사는 2030년까지 지상방산 매출이 매년 15~20%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폴란드와 호주, 이집트에 이어 중동에서 대형 수주가 이어져야 하는 구조다.


사우디는 '비전2030'에 따라 국방 지출의 50% 이상을 자국 내에서 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우디 군사산업청(GAMI)이 공개한 2024년 말 국방 지출 현지화율은 24.89%다. 2030년까지 25%포인트 이상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무기보다 현지화 구조가 관건


한화가 사우디에 제시할 수 있는 카드도 완제품 납품에 그치지 않는다. 생산라인과 부품 조달망, 정비센터, 인력 교육, 기술 이전 범위까지 계약 조건에 걸린다. 사우디가 원하는 것은 K9 자주포와 장갑차 몇 대가 아니다. 자국 안에서 생산하고, 정비하고, 운용할 수 있는 방산 체계다.


한화는 해외에서 현지 생산 모델을 이미 굴려봤다. 호주에는 장갑차 생산공장 H-ACE를 세웠고, 이집트 K9 계약에도 현지 생산 조건을 넣었다. 루마니아에서는 K9 자주포와 탄약, 장갑차 생산 거점을 추진 중이다. 폴란드에서는 천무 유도탄 현지 생산 협력도 진행하고 있다.


MNG 사업도 가격만 맞춰 끝낼 수 있는 거래가 아니다. 현지 공장과 MRO, 부품 공급망을 어디까지 계약에 넣느냐가 수주 조건이 될 수 있다. 김 부회장이 사우디 장관 면담과 MOU, 리야드 법인 설립을 이어온 것도 이 지점과 맞물린다.


한화는 태양광에서도 현지 생산으로 시장을 뚫었다. 미국 조지아 공장은 한화큐셀의 미국 사업 기반이 됐다. 사우디 방산 수주전은 이 모델을 방산으로 옮기는 거래에 가깝다.


중동 정세는 아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란과 이스라엘 충돌 이후 미뤄졌던 중동 방산 협의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MOU 이후 재개 여부를 확인할 시점에 들어갔다. 한화와 사우디 MNG 간 협의가 다시 시작됐는지, 사업자 선정 일정이 잡혔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한화가 MNG 사업에 제시한 현지 생산 비율과 공장 투자액도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현지 합작사 지분 구조, MRO 계약 기간, 후속 부품 공급 범위도 공개된 바 없다. 사우디의 국방 지출 현지화율 산정에 어떤 항목이 반영될지도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