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가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독립시켜야 한다고 재차 요구하며 공론화에 나섰다. 보건부 분리는 의료계의 오랜 숙원 과제다.
다만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황에서 의료와 복지를 인위적으로 떼어내는 구조 개편은 오히려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고령인구 증가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문제 등을 고려하면 현 보건복지부 체계를 그대로 유지해선 안 된다"며 "보건부와 복지부는 분리해야 한다"고 부처 독립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러한 발언은 현 정책 결정 구조 속에서 의료계의 발언권이 부족하다는 내부 우려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김택우 의협 회장 / 뉴스1
약사 출신인 김경자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의 이력을 두고도 김 회장은 "다소 우려스럽다"며 "의료정책을 중점적으로 다룰 보건의료수석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 수석의 임명이 의료계에 불리한 인사라는 점을 정조준한 셈이다.
보건부 독립 화두는 과거에도 방역 위기 때마다 반복해 제기됐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구조적 개편 논의가 시작됐고 2020년에는 관련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맞물린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에도 부처 분리 필요성이 거론됐으나 실질적인 대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지난해 21대 대선 당시에도 의협은 "과학성·전문성을 갖춘 독립 부처로 보건부의 분리가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준석 당시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보건부를 별도 분리·신설해 보건의료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핵심 의료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반면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의료와 복지를 결합한 제도 시행이 본격화하면서 두 분야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현 정부가 핵심 보건복지 정책으로 '통합돌봄'을 내세운 상황에서 관할 부처를 쪼개는 것은 현장의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효진 한국정책학회 연구부회장은 "팬데믹과 의정 갈등을 거치며 의료 정책의 특성과 차별성이 부각된 만큼 이론상 독립 부처 신설로 자율성·책임성을 강화하는 건 적합하다고 본다"면서도 "현 정부 방향성은 의료 분야의 독립이 아닌 각 부처와의 '협업'과 이를 연계한 '거버넌스'다. 의료와 복지를 아우르는 통합돌봄 정책과도 (부처 분리는)결이 맞지 않고, 분리한다 해도 정책 기능을 재설계하는 과정은 비효율적"이라고 짚었다.
국민적 공감대와 환자 중심의 논의가 먼저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계 관계자는 "고령 인구가 늘며 관련 정책의 초점도 그쪽으로 가고 있다"며 "보건부 신설 시 정책 추진의 실효성과 효율성 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이루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보건부 신설 주장의 목적이 보건의료 단체의 기득권 강화를 위한 요구가 돼선 안 된다"며 "환자 중심 의료체계 구축에 대한 논의가 더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