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아동을 위한 아동 급식 카드가 일부 부모들의 '쌈짓돈'으로 전락한 실태가 드러났다. 술과 담배를 사는 데 쓰인 것은 물론 자녀가 사망하거나 학대로 분리된 상황에서도 카드를 긁은 부모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24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과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결식 아동 급식 카드 운영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결식아동 급식카드 운영실태 조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 뉴스1
아동 급식 카드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 아동에게 발급돼 주말이나 방학에 한 끼 1만원 이상을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지난해 15만명에게 5621억원이 지원됐다.
하지만 전수조사 결과 전국 13개 시·도에서 급식 카드로 술과 담배를 산 부적절 사례가 무더기로 확인됐다. 초등학생 자녀 카드로 마트에서 담배와 세제 등을 사는 데 27만원을 쓴 부모가 있는가 하면 맥주와 과일을 사는 데 4만2000원을 결제한 부모도 있었다.
자녀 카드를 빼앗아 허위 결제 수단으로 악용한 이들도 적발됐다. 자기 분식점에서 하루 3만원씩 허위 결제해 4년 4개월간 1295만원을 챙기거나 마트에 카드를 맡겨두고 하루 4만원씩 허위 결제해 생활용품 230만원어치를 챙긴 사례가 대표적이다.
자녀를 학대해 분리 조치된 상황에서 자녀 카드로 550만원을 쓴 부모 14명이 적발됐고 자녀가 사망한 뒤에도 본인 식사비로 61만원을 지속 사용한 부모도 덜미를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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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와 무관한 카페, 학원, 병원, 미용실, 술집, PC방 등에서 결제된 카드도 전체의 14%인 2만2000장에 달했다.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심야에 결제된 금액도 전체의 4.4%인 93억원에 이르렀다.
정부는 편의점과 달리 일반 마트에 금지 품목 결제 제한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아 이러한 부정 사용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가맹점 제한 시스템 적용을 일반 마트로 확대하기로 했다.
시스템 도입이 어려운 소형 마트는 지방정부가 결제 내역을 수시 점검하며 심야 시간 사용을 차단하고 허위 결제 업소는 가맹점에서 즉시 제외한다. 사망이나 시설 입소 등 아동 신상 변동 시 복지 시스템을 통해 담당자에게 자동 알림이 가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반면 낙인 효과나 사용법 무지로 인해 2024년 충전액 2207억원 중 171억원이 소멸한 사실도 확인됐다.
정부는 사용 방법 안내를 강화하고 잔액 문자 알림 서비스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아동 급식 카드 관리 전반에 부실한 점이 확인됐다"며 "아동 급식 제도가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현수엽 복지부 1차관은 "아동 급식 카드의 본래 취지에 맞게 부적절한 품목 결제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가맹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며 "아동이 이용 가능한 식당이나 잔액을 몰라 지원금이 방치되지 않도록 사용자 맞춤형 안내도 대폭 강화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