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지분 9.04% 확보해 수은 이어 2대 주주
발사체·위성·완제기·위성통신 묶는 K-우주항공 원팀 시동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9.04%를 확보하며 김승연 회장의 방산·우주항공 사업 축을 완제기까지 넓히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이끄는 스페이스허브의 발사체·위성·위성통신 사업에 KAI의 전투기·위성체 사업을 붙이는 그림이다. 발사체와 저궤도 위성망을 앞세운 스페이스X 모델에 항공기와 방산전자, 항공엔진까지 더한 한화식 우주항공 플랫폼이다.
한화그룹은 최근 KAI 지분율을 9.04%까지 끌어올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6.50%, 한화시스템이 1.53%,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가 1.01%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는 한국수출입은행에 이어 KAI 2대 주주가 됐다.
사진제공=한화그룹
지분 매입은 계속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연말까지 5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KAI 지분을 더 사들일 계획이다. 계획대로 매입이 끝나면 한화그룹의 KAI 합산 지분율은 12.51%까지 올라간다. 보유 목적도 달라졌다. 한화는 KAI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FI)'에서 '경영 참여(SI)'로 바꿨다. 지분율 확대와 보유 목적 변경이 함께 이뤄지면서 한화-KAI 협력은 단순 재무투자보다 산업 재편 쪽에 가까워졌다.
김승연의 방산 축, 김동관의 우주 축으로 확장
한화의 방산·항공우주 분야는 김승연 회장 체제에서 커졌다. 화약과 탄약이 출발점이었고 이후 유도무기와 지상무기, 항공엔진, 방산전자까지 넓어졌다. 2015년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 뒤 한화의 항공우주·방산 포트폴리오는 보다 더 커졌다.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그룹 방산 재편의 중심에 섰다.
김동관 부회장이 전면에 선 뒤에는 우주사업까지 확장됐다. 한화는 2021년 스페이스허브를 출범시키고 발사체, 위성, 위성통신 사업을 묶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체계종합기업으로 발사체 사업을 맡았고, 한화시스템은 레이더와 항공전자, 위성통신, 지상체계 사업을 키워왔다.
KAI는 한화의 우주항공 구상에서 빠져 있던 완제기 플랫폼을 채운다. KAI는 KF-21과 FA-50, 헬기, 무인기 사업을 수행해 왔다. 차세대중형위성, 다목적실용위성 등 위성체 개발 경험도 갖고 있다. 한화의 발사체·항공엔진·항공전자·위성통신에 KAI의 전투기·훈련기·헬기·위성체가 붙게 된다.
사진제공=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올해 초 한화시스템 제주우주센터에서 "우주로 가는 것은 한화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위성을 만들고, 쏘아 올리고, 통신망으로 연결하는 사업을 갖췄다. KAI 지분 확대는 이 사업망에 전투기와 훈련기, 헬기, 무인기 플랫폼을 더하는 작업이다.
스페이스X보다 넓은 수출 패키지 겨냥
스페이스X는 발사체와 저궤도 위성망, 위성인터넷으로 우주 인프라 시장을 키웠다. 한화-KAI 조합은 여기에 항공방산을 붙인다. 발사체와 위성, 위성통신에 전투기, 훈련기, 헬기, 무인기, 항공엔진, 방산전자가 한데 묶인다.
첫 연결 고리는 항공기 수출이다. KAI가 KF-21과 FA-50을 앞세우면 한화는 엔진, 레이더, 항공전자, 무장체계, 정비 역량을 보탤 수 있다. 기체 판매로 끝나는 계약이 아니라 성능개량, 후속 무장, 운용 지원까지 이어지는 장기 사업이 된다.
한화의 방산 수출 목록도 달라진다. 지금은 지상무기와 함정, 항공엔진, 방산전자가 중심이다. KAI의 완제기와 위성체가 더해지면 지상무기, 함정, 항공기, 위성, 통신망을 함께 제시할 수 있다. 국가 단위 수주전에서 한화가 내놓을 패키지가 커진다.
정부 우주개발 사업도 같은 선상에 있다. 우주항공청 출범 이후 발사체, 위성, 우주탐사, 위성통신 사업에서 민간 기업 몫이 커지고 있다. 한화는 발사체와 위성통신을 갖고 있고, KAI는 위성체와 항공 플랫폼을 갖고 있다. 두 회사가 연결되면 국내 우주개발 사업과 해외 수출 사업을 같은 사업망 안에 넣을 수 있다.
사진제공=한화그룹
다만 한화가 노리는 이 시너지는 KAI 지배구조에 따른 영향을 받는다. KAI 최대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이다. 방산과 항공우주 산업은 안보와 공공성이 큰 분야다. 한화의 지분 확대가 산업 재편으로 가려면 정부와 기존 주주, 시장의 공감대가 필요하다. 독과점 논란을 낮추고 국내 우주항공 생태계를 키운다는 점이 숫자로 입증돼야 한다.
이제 기준점은 연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추가 매입이 끝나면 한화그룹의 KAI 지분율은 12%대로 올라선다. 발사체와 위성통신을 가진 한화에 완제기와 위성체를 가진 KAI가 붙을 경우, 김승연 회장이 키운 방산·우주항공 축은 김동관 부회장 체제에서 육해공과 우주를 잇는 사업망으로 넓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