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재활용품 처리시설에서 발견된 사람의 다리가 인근 요양병원에서 잘못 배출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의료폐기물 관리 실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찰은 수술실이 없는 요양병원에서 다리 절단 수술이 이뤄진 경위와 의료폐기물 처리 과정의 적법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19일 인천 연수경찰서는 "지난 10일 재활용품 처리시설에서 발견된 왼쪽 다리가 중구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80대 여성 환자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역시 발견된 다리와 해당 환자의 유전자(DNA) 정보가 일치한다는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에 따르면 요양병원 측은 관련 언론 보도를 접한 뒤, 지난 18일 오후 경찰에 "발견된 다리가 우리 병원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자진 신고했다.
인천 중구 소재 A요양병원 / 뉴스1
병원 관계자는 괴사로 혈액 순환이 되지 않는 80대 여성 환자의 왼쪽 다리를 절단한 뒤 규정에 따라 의료폐기물 전용 용기에 담아두었으나, 청소 직원이 이를 석고 붕대로 오인해 일반 재활용품과 함께 배출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상 인체 조직이나 장기, 신체 일부는 '조직물류폐기물'로 분류돼 일반 폐기물과 섞이지 않도록 밀폐된 전용 용기에 담아 별도로 보관·운반해야 한다. 경찰은 병원이 이러한 의료폐기물 처리 규정을 준수했는지 확인한 뒤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 적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의료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요양병원은 신경외과, 외과, 한방과 의료진을 갖추고 있으나 별도의 수술실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법상 요양병원도 시설과 인력 기준을 충족하면 수술을 할 수 있지만, 경찰은 이 병원이 다리 절단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제대로 지켰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인천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수술실이 없다고 해서 반드시 불법 의료행위를 저질렀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관련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재활용품 선별시설에서 절단된 다리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간 뒤에야 병원에서 뒤늦게 신고했다"며 "환자 치료 과정과 폐기물 배출, 선별시설 반입 과정까지 모두 조사한 뒤 위법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병원 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하고 병원 관계자 및 청소 직원을 상대로 구체적인 배출 및 수거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앞서 지난 10일 오후 2시 28분쯤 연수구 송도동 남부권 광역생활자원회수센터에서 선별 작업을 하던 직원이 붕대가 감긴 상태의 신체 일부(길이 약 41cm의 왼쪽 무릎 아래 다리)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당초 발 길이가 21cm인 점을 근거로 어린 학생의 신체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경찰은 64명 규모의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고 인천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인력 38명을 추가 투입하는 등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다. 인천 일대 학교의 장기결석자와 실종자 유전 정보를 확인하는 한편, 센터를 드나든 차량의 블랙박스와 운행 기록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후 국과수 정밀 감정 결과 해당 신체가 키 161~165cm 정도의 성인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수사는 한때 혼선을 겪었으나, 대규모 인력 102명을 동원해 9일간 추적을 이어간 끝에 병원 측의 신고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게 됐다.
경찰은 국과수의 최종 감정 결과를 받는 대로 의료폐기물 처리 과정의 문제점과 의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