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17일(수)

LG, 신약 후보물질 직접 설계한다... 승부수는 구광모의 'AI 바이오'

LG가 인공지능(AI) 기술을 앞세워 바이오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신약 개발 과정에 AI를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AI가 직접 신약 후보물질을 설계하고 실제 실험 결과를 다시 학습하는 구조를 구축하며 AI 바이오 분야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17일 LG AI연구원은 전날(16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디앤디파마텍과 차세대 펩타이드 신약 공동 개발 사업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 이화영 사업개발부문장, 장종성 바이오인텔리전스랩장과 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 홍성훈 부사장, 박은지 연구개발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LG AI연구원이 보유한 AI 기반 단백질·분자 설계 기술이다. LG AI연구원은 질병 원인 물질의 구조를 분석하는 AI 모델을 활용해 기존 연구 방식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최적의 펩타이드 서열을 설계하고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할 계획이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LG


펩타이드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이 짧게 연결된 생체 활성 물질이다. 특정 질병 원인 물질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안전성이 높고, 항체 의약품이 접근하기 어려운 세포 내부 표적까지 공략할 수 있어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위장 내 소화 효소에 의해 쉽게 분해되는 특성 때문에 지금까지는 주사제 형태로 개발되는 경우가 많았다. 양사는 AI 기술을 활용해 펩타이드의 안전성과 체내 흡수율을 개선하고, 알약 형태의 경구 치료제 개발에 도전한다. 이를 통해 난치성 질환과 정밀 의료 분야를 겨냥한 혁신 신약 개발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의 역할 분담도 명확하다. LG AI연구원이 AI를 활용해 질병 원인 물질을 분석하고 후보물질을 설계하면, 디앤디파마텍은 후보물질의 구조 설계와 합성, 평가를 담당한다. 여기에 자체 분자 최적화 기술을 적용해 경구 제형 개발부터 전임상·임상시험, 글로벌 인허가 절차까지 수행할 예정이다.


업계가 이번 협력에 주목하는 이유는 AI와 실제 실험 데이터를 연결하는 '순환형 개발 구조' 때문이다. LG AI연구원이 AI로 설계한 후보물질을 디앤디파마텍이 실험으로 검증하고, 그 결과를 다시 AI 모델 학습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AI가 실제 연구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학습하면서 후보물질 설계 정확도를 높이는 구조로, 양사는 이를 통해 AI 모델 성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은 "이번 협력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AI로 신약 개발이라는 복잡한 난제를 해결하는 바이오 특화 AI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AI 단백질 설계 기술을 기반으로 차세대 펩타이드 신약 개발의 속도와 성공 가능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LG


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는 "LG AI연구원의 AI 역량과 데이터 기반 학습 노하우를 펩타이드 개발 경험에 접목해 AI 기반 신약 개발 효율성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특히 매크로사이클릭 펩타이드 등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경구 펩타이드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입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LG AI연구원은 이번 협력 이전부터 AI와 바이오 융합 분야에 투자를 확대해 왔다. 대표 사례로는 미국 밴더빌트대학교 메디컬 센터 황태현 교수와 공동 개발 중인 '암 에이전틱 AI'가 있다. 이 시스템은 암 조직 분석부터 치료 전략 수립까지 전 과정을 AI가 지원하는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 플랫폼으로, 병원에서는 조직 검사 시간을 기존 2주 이상에서 실시간 수준으로 단축하고, 제약업계에서는 임상시험 기간과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LG AI연구원은 AI 기반 신물질 개발 플랫폼 '엑사원 디스커버리(EXAONE Discovery)' 핵심 기술 특허 등록도 완료했다. 엑사원 디스커버리는 연구자의 질문에 AI가 연구 동료처럼 대화하며 실험 설계와 결과 예측을 지원하는 'AI 코사이언티스트(AI Co-Scientist)' 시스템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LG는 이를 활용해 기존 방식 대비 수십 배 빠른 속도로 유망 후보물질을 발굴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을 LG가 AI 모델 개발 기업을 넘어 AI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 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구광모 ㈜LG 대표가 AI와 바이오를 미래 핵심 성장 분야로 지속 강조하는 가운데, LG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기반으로 AI와 바이오 융합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