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16일(화)

"내일을 위해 어제의 교훈을 나눈다"... AI 보편화 시대, '맥락의 복리'에 주목한 넥슨

국내 최대 게임 산업 지식 공유 행사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exon Developers Conference·NDC 2026)'가 오늘(16일) 막을 올렸다.


이날 강대현 넥슨코리아 대표는 '구현이 쉬워지는 시대, 우리는 무엇으로 경쟁하는가'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AI가 산업 전반을 뒤흔드는 지금 거대한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게임업계와 넥슨의 방향성에 대해 설명했다.


과거 수많은 인력과 시간을 필요로한 작업들은 오늘날 AI를 통해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게임 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빨라진 개발 속도만큼, 이전보다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시장에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다만, 수많은 신작 안에서 이용자들의 하루는 여전히 24시간으로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의 시간과 관심을 얻기 위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넥슨


"AI가 구현의 장벽을 빠르게 낮추는 시대, 게임사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이 지점에 대한 강 대표의 해답은 의외로 기술 자체가 아니었다. 그는 경쟁의 무게중심이 '구현'에서 '맥락(Context)'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았다.


누구나 AI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서 게임을 만드는 기술력만으로 차별화하기는 어려운 상황. 중요한 것은 게임을 둘러싸고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과 관계, 문화라는 설명이다. 강 대표는 이를 '맥락 자본(Contextual Capital)'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말하는 맥락은 단순한 데이터나 통계를 의미하지 않는다. 개발자들이 수년간 서비스를 운영하며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 이용자들이 게임 안팎에서 만들어낸 추억과 관계, 커뮤니티 문화까지 게임을 둘러싸고 쌓여온 모든 것들을 뜻한다.


인사이트사진 = 인사이트


강 대표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했다. 예를 들어 특정 게임 내 보스 몬스터 구간에서 이용자들이 지나치게 많이 실패하고 클리어 확률도 매우 낮다는 데이터가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숫자만 본다면 개발자는 난이도를 조정해야 한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실제 이용자 커뮤니티를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질 수 있다. 이용자들은 어려운 보스를 공략하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클리어에 성공하면 인증 글을 올리며 서로 축하한다. 실패 경험조차 하나의 추억이 되고 커뮤니티를 결속시키는 소재가 된다.


높은 난이도가 단순히 불편함이 아니라 이용자들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와 경험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데이터는 결과를 보여주지만 맥락은 그 결과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맥락에 대한 이해는 다음 업데이트나 후속 콘텐츠, 나아가 차기 작품 설계의 중요한 자산이 된다. 


강 대표는 이러한 맥락이 금융권의 '복리'처럼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사소해 보이는 이용자 경험 하나가 또 다른 경험을 만들고, 그것이 다시 새로운 문화와 관계를 낳는다는 이유에서다. 시간이 흐를수록 각각의 경험들은 서로 연결되며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낸다.


인사이트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게임 산업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맥락의 복리는 이용자와 함께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영화나 드라마가 완성된 콘텐츠를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구조라면, 게임은 업데이트와 이벤트, 커뮤니티 활동 등 이용자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세계를 함께 만들어가는 구조에 가깝다.


이 과정에서 축적되는 경험과 관계는 AI가 단순히 생성해낼 수 있는 결과물과 근본적인 결이 다르다. 강 대표는 게임이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라 이용자와의 '약속' 위에서 운영되는 서비스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용자에게 '더 나은 경험 제공'을 약속한 개발사는 이를 믿고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이용자들에게 업데이트와 운영, 피드백 수용 과정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증명한다. 이러한 약속이행으로 쌓인 신뢰는 이용자들을 게임에 더 깊게 몰입하게 만들고, 커뮤니티 결속력을 높인다. 강 대표가 언급한 맥락 자본의 또 다른 표현이 신뢰의 연쇄인 이유다.


여기서 생겨나는 한 가지 의문은 '맥락의 복리'가 시간위에서 쌓인다고 했을 때, 이러한 구조가 신생 게임사 보다 오래된 게임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느냐인데, 강 대표는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강 대표는 "복리의 차이는 원금이 아닌 '이자'에서 발생한다"며 중요한 것은 매일 새롭게, 또 꾸준히 쌓이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과거에 이미 확보한 자산이 아니라 매일 새롭게 쌓이는 경험의 양이 진짜 경쟁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는 의미다.


강 대표의 기조연설은 이번 NDC가 갖는 의미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냈다. 단순히 기술을 소개하는 콘퍼런스가 아닌, AI가 구현을 평준화하는 시대에 게임 산업이 축적해온 저마다의 '맥락' 즉, 각자가 현장에서 축적해온 경험과 시행착오, 그리고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장으로서 작동하는 것이다.


인사이트사진 = 인사이트


"누구나 사서 쓸 수 있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위에 또 하나의 AI인 축적된 지능(Accumulated Intelligence)을 두텁게 쌓아가야한다"


기술은 누구나 활용할 수 있지만 이용자와 함께 쌓아온 시간과 경험, 그리고 신뢰는 쉽게 복제할 수 없다는 강 대표의 말처럼, 이번 NDC는 단순한 기술 공유 행사를 넘어 게임 산업이 매일 쌓아온 '맥락의 이자'를 확인하는 자리로 읽혔다.


한편 넥슨이 주최하는 NDC 2026은 이날부터 오는 18일까지 3일간 경기도 판교 넥슨 사옥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리는 개발자 콘퍼런스다. 2007년 넥슨 사내 기술 공유 행사로 시작된 NDC는 2011년 외부에 공개된 이후 게임 산업 전반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국내 대표 행사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AI, 프로그래밍, 기획, 프로덕션, 사업, 데이터 분석 등 총 9개 분야 51개 세션이 마련됐으며, 넥슨뿐 아니라 크래프톤, 로블록스, NC AI, 구글 딥마인드, 스노우플레이크 등 국내외 게임·IT 업계 관계자들이 연사로 참여한다.


강연장 밖에서는 게임 개발의 또 다른 결과물인 아트와 사운드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행사 기간 판교 넥슨 사옥에서는 넥슨 IP 기반 게임아트 전시회 'NEXTAGE'가 열리며, 넥슨컴퍼니 소속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실제 프로젝트 제작 과정에서 선보인 작품과 팬아트 등 150여 점의 작품을 공개한다. 


이와 함께 넥슨코리아, 네오플, 넥슨게임즈 소속 사운드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특별전도 마련돼 관람객들은 게임 속 사운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사옥 인근 판교 콘텐츠거리에서는 뮤직&토크 콘서트와 버스킹 공연도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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