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문재인 정부의 안보라인을 겨냥해 제기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핵심 혐의가 항소심에서도 법원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16일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이승한)는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게 1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해경 발표 자료는 의견 내지 평가일뿐 사실적시가 아니다"며 "(자진월북 표현이) 허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당시 해경의 수사결과 발표를 사법부가 합리적 판단으로 인정한 결과로 풀이된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은폐 의혹' 관련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나란히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 뉴스1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는 2020년 9월 22일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실종된 후 북방한계선 이북 해안에서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씨가 자진 월북하려다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월북 증거가 없다며 입장을 번복했고 검찰은 서 전 실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서 전 실장 포함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인사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서 전 실장과 김 전 청장의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항소했다. 해경의 1~3차 수사결과 발표문을 허위로 작성하고 배포해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다. 1차 수사결과 발표문에는 '자진 월북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관계자 등 상대 상세 조사 계획', 2차 발표문에는 '실종자는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3차 발표문에는 '실종자는 정신적 공황상태서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기재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허위공문서 작성죄의 성립 요건을 엄격하게 짚었다. 재판부는 "허위공문서 작성죄에서 '허위'는 표시된 내용이 진실에 부합하지 않아 공공 신용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라며 "내용이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진실이 뭔지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씨가 무궁화 10호에서 이탈하고 북한 해역에서 발견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이 사건에서 내심의 의사가 자진 월북이 아니라고 확정할 수 없는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자진 월북이 아니라는 명제가 진실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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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해경의 발표가 단정적 선언이 아닌 수사상 추론이었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허위'란 "망인의 자진 월북 여부가 아니라 자진 월북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단정적으로 수사결과를 발표한 행위를 의미한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1차 발표문은 허위사실을 포함하고 있다 보기 어렵고, 2, 3차 발표문은 해경의 판단으로 자진 월북이 진실이라고 확인해주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또 구명조끼 착용 사실, 월북 의사 표명했단 사실 등을 고려하면 해경이 이씨의 자진 월북 의사를 추단한 과정이 합리적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해경 평가가 다소 성급했다거나 상황을 과장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진실에 부합하지 않은 허위 내용을 작성, 배포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선고 직후 법정 밖에서는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서 전 실장은 선고 직후 "이 사건은 윤석열 정권의 정치적 기획·조작 기소였다"며 "조작기소에 앞장섰던 검찰과 감사원 등에 상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씨의 친형 이래진씨는 선고 후 기자회견에서 "사법부가 국민을 외면하고 망국적 행위를 했다"며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해 제대로 국제 사법 판단을 받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