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15일(월)

조현준, 변압기 이어 차단기까지...효성 美 전력시장 현지화 퍼즐 맞췄다

효성중공업, 콴타 자회사와 美 초고압차단기 합작법인 설립

10월부터 펜실베이니아 공장서 72.5~800kV 차단기 생산

조 회장 직접 콴타 경영진 만나 합의...AI 전력수요 정조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미국 전력기기 시장 공략의 보폭을 다시 넓힌다. 초고압변압기에 이어 초고압차단기까지 미국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며,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커지는 북미 전력 인프라 수요를 정조준했다.


14일 효성중공업은 자회사 Hyosung HICO가 북미 에너지 인프라 솔루션 기업 콴타 서비스(Quanta Services) 자회사와 GCB(Gas Circuit Breaker) 합작법인 'HYOSUNG HICO BREAKER, LLC'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진자료2. 미국 전력망에 설치된 효성중공업 초고압차단기.jpg미국 전력망에 설치된 효성중공업 초고압차단기 / 사진제공=효성


합작법인은 오는 7월 설립된다. 10월부터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콴타의 캐논스버그 공장에서 72.5kV부터 800kV까지 초고압차단기 생산에 들어간다.


초고압차단기는 송전망과 변전소에서 전력 흐름을 제어하고 이상 전류를 차단하는 핵심 설비다. 전력망 안정성과 직결되는 장비인 만큼, 공급 안정성과 납기 대응력이 중요한 시장이다.


이번 합작법인 설립으로 효성중공업은 국내 전력기기 업체 중 유일하게 미국에서 초고압변압기와 초고압차단기 생산체제를 모두 갖추게 됐다. 현지 생산 기반을 넓혀 미국 고객사의 적기 공급 요구에 대응하고, 품질 관리와 고객 대응 속도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변압기 이어 차단기까지...美 현지 생산체제 확대


효성중공업의 미국 전력시장 공략은 이미 초고압변압기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은 효성중공업의 현지 시장 공략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효성중공업은 공장 인수부터 현재 진행 중인 증설까지 총 3억달러, 약 4400억원을 투자했다.


사진자료3. 효성중공업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전경 (1).jpg효성중공업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전경 / 사진제공=효성


증설이 마무리되면 멤피스 공장은 미국 내 최대 수준의 초고압변압기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여기에 초고압차단기 합작 생산기지까지 더해지면 효성중공업은 미국 전력망 사업에서 제품 공급 범위를 한층 넓힐 수 있다.


파트너로 손잡은 콴타는 미국 최대 전력·에너지 인프라 EPC 기업이다. 유틸리티, 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데이터센터, 통신, 에너지 시장 전반에서 사업 기반과 고객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북미 최대 규모의 숙련 기능인력 고용 기업으로도 꼽힌다.


효성중공업은 자체 전력기기 기술력에 콴타의 현지 인프라 솔루션 역량을 결합해 미국 시장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단순 제품 수출에서 벗어나 현지 생산, 고객 네트워크, 설치·시공 역량까지 연결하는 구조다.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조 회장의 직접적인 현지 행보가 결실로 이어진 사례다. 조 회장은 지난 3월 미국 현지에서 콴타의 최고경영자(CEO)와 주요 경영진을 만나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최종 합의를 이끌어냈다.


조 회장은 지난해부터 미국 전력시장 확대를 위해 콴타와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협력을 추진해왔다. 초고압차단기뿐 아니라 직류솔루션 등 고도화된 전력솔루션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함께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I·데이터센터 전력수요 겨냥한 조현준식 현지화


효성이 미국 전력기기 시장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AI와 데이터센터 확산이 있다. 미국에서는 AI 산업 성장, 데이터센터 증설, 노후 전력망 현대화가 맞물리며 전력 인프라 투자 수요가 커지고 있다. 전력기기 시장에서는 공급망 안정성과 현지 생산능력이 점점 더 중요한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자료1. 효성 조현준 회장 프로필 사진.jpg조현준 효성 회장 / 사진제공=효성


조 회장은 "양사는 이미 차단기·변전소 설비 공급부터 송전·재생에너지 연계 사업까지 협력을 이어오며 두터운 파트너십을 쌓아왔다"며 "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으로 전력 인프라 고도화가 가장 필수적인 과제인 만큼 멤피스 공장을 포함한 당사 미국사업의 성공적인 현지화 운영 노하우와 이번 합작법인의 시너지를 이끌어내 미국 전력시장의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과 콴타는 이번 초고압차단기 합작법인을 시작으로 직류솔루션, 데이터센터 등 보다 넓은 전력 인프라 영역에서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전력시장에서 단일 제품 공급사를 넘어 종합 전력 솔루션 기업으로 입지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효성중공업은 초고압차단기 분야에서도 오랜 기술력을 축적해왔다. 50여년간 연구개발을 이어오며 국내외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국내 전력기기 회사 최초로 차단기 누적 생산 10조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공급 실적도 갖췄다. 효성중공업은 전 세계 40여개국에 차단기를 공급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는 2011년 진출한 뒤 현지 전용 차단기를 개발하는 등 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점유율을 확대해왔다.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6월 미국 유력 전력회사와 2600억원 규모 초고압차단기(GI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초에는 미국 유력 송전망 운영사와 국내 전력기기 기업 중 역대 최대 규모인 7870억원 규모 전력기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인사이트인사이트


시장 성장성도 우호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GMI)에 따르면 북미 차단기 시장은 2024년 48억달러, 약 6조4000억원에서 2034년 96억달러, 약 12조8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6.7%로 예상된다.


전력기기 업계에서는 미국 시장의 경쟁 축이 가격에서 납기와 현지 대응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본다. 효성중공업이 변압기와 차단기를 모두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 것은 이 같은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행보로 풀이된다.


조 회장의 승부수는 분명하다. 미국 전력 인프라 시장이 AI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다시 열리는 시점에, 효성중공업을 현지 생산과 종합 솔루션 역량을 갖춘 플레이어로 올려놓겠다는 것이다. 변압기에서 시작한 효성의 미국 현지화 전략은 이제 차단기까지 확장되며 전력시장 공략의 다음 단계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