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조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셀프 조사' 문제와 편향적 조사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매뉴얼이 공개됐다.
사단법인 직장갑질119는 14일 '직장 내 괴롭힘 조사·조치 매뉴얼'을 발간했다고 발표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7년을 앞두고 조사 과정에서 지켜야 할 원칙과 절차를 체계화한 것이다.
직장갑질119는 "법 시행 이후 현장에서 조사의 객관성 결여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해자가 사용자인 상황에서도 사내 인사팀이나 사용자가 직접 조사를 진행하는 셀프 조사 방식이 제도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단체는 "고용노동부가 올해 4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지침을 개정하고 공식 매뉴얼 보완을 국가 정상화 과제로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사용자의 셀프 조사 외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강조했다.
조사 과정의 주요 문제점으로는 조사자 선정의 편향성, 참고인에 대한 회유와 협박, 피해자 진술에 대한 불합리한 배척, 기계적 중립을 가장한 방임 등이 제시됐다.
매뉴얼은 조사의 3원칙을 신속성·공정성·엄밀성으로 설정했다. 신속성의 경우 조사 지연이 피해자의 2차 피해 위험을 높이고 사내 신고 제도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어 조사 기간을 사규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공정성과 엄밀성에 대해서는 "행위자와 피해자를 완전히 동일한 위치에 두고 기계적으로 판단하는 태도는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명확한 근거로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특성상 보다 적극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사자 선정 단계에서는 내부조사 실시를 위한 바람직한 요건들을 제시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전담 조직 존재, 전담자 정기 교육 실시, 전담자의 사내 조사 처리 경험 보유, 신고자나 행위자와의 이해관계 부재 등이 포함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실제 사례로는 지난 2월 A씨가 "가해자로 지목된 회장이 직접 조사위원회 구성을 주도하고 있다"며 근로감독관에게 문의했으나 "법상 조사 의무는 사용자 의무로 규정돼 있어 위법하다고 판단할 여지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소개됐다.
매뉴얼은 조사 대상자 선정과 시기, 조사 장소와 방법에 대한 사전 준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본조사 단계에서는 '신고자-참고인-행위자' 순서로 피해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참고인보다 행위자를 먼저 조사할 경우 행위자가 참고인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허위진술을 요구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피해 발생 원인을 신고자에게 묻는 방식은 2차 가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사 보고서에는 신고 사건 당사자, 조사 경위, 조사 대상과 범위, 관련 규정, 신고 행위별 조사 내용, 결론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현장에서 신고자들이 결과 통지서에 '불인정' 외에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답답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문가람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조사 가이드라인 부재로 실무 담당자들의 고충과 혼란이 컸다"며 "이번 매뉴얼이 현장의 혼란 해소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