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구 화장 시술을 한 미용사가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이 지난달 34년간 유지해온 '문신은 의료행위' 판례를 뒤집은 후 나온 첫 번째 후속 판결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1일 대법원 3부는 보건범죄단속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미용사 최모(41)씨의 상고를 기각하며 무죄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주심은 노경필 대법관이 맡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뉴스1
최씨는 2019년 충북 청주의 미용업소에서 고객들에게 눈썹과 헤어라인에 색소를 주입하는 반영구 화장 시술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섰다.
검찰은 바늘로 피부에 색소를 넣는 행위가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며 기소했다. 이는 1992년 대법원이 눈썹 문신을 의료행위로 본 판례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문신 시술이 피부에 침습적으로 진행되므로 의료인만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30여 년간 타투와 반영구 화장은 원칙적으로 의사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눈썹 문신, 헤어라인 시술, 타투 등이 이미 널리 퍼져 수많은 업계 종사자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이런 사회 변화를 고려해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눈썹·헤어라인 문신 시술이 질병 예방이나 치료 목적의 의료행위로 보기 어렵고, 의료인이 반드시 해야 할 정도의 보건위생상 위험성이 없다고 봤다.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 회장과 사건 당사자 등 관계자들이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의 문신 사건 무죄 확정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뻐하고 있다. 2026.6.11 / 뉴스1
검찰이 상고했지만 상황은 지난달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완전히 바뀌었다.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21일 타투이스트 기소 사건에서 "문신 시술은 의료행위가 아니다"라며 34년 만에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전원합의체는 "의료행위는 질병 예방과 치료 목적이거나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가 있는 행위"라며 "문신 시술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문신은 더 이상 특정 집단만의 것이 아니라 일반 대중이 자연스럽게 접하는 문화가 됐다"며 시대와 사회 인식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신 시술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소비자의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 등 헌법상 기본권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전원합의체 결정 후 반영구 화장 시술 사건에 처음 적용된 사례다. 업계에서는 레터링 타투나 예술 문신보다 대중적 수요가 훨씬 큰 눈썹문신, 아이라인, 헤어라인 시술까지 사실상 합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 회장과 사건 당사자 등 관계자들이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의 문신 사건 무죄 확정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뻐하고 있다. 2026.6.11 / 뉴스1
대한문신사중앙회 임보란 회장은 "서화 문신이나 두피 문신이 아닌 미용 문신 사건에서 무죄가 확정된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며 "업계 종사자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2019년 신고당한 후 7년 가까이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았다"며 "이번 판결이 전국 많은 종사자들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