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14일(일)

"화상 치료에 효과...200건 넘는 제보" '선약국' 화상연고의 정체

1990년대 전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기적의 화상연고' 신화와 그 이면에 숨겨진 가슴 따뜻한 비밀이 지상파 방송을 통해 다시 주목받았다.


지난 11일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화상 치료에 뛰어난 효과를 자랑했던 서울 성동구 행당동 '선약국'과 약사 신제선씨의 감동적인 사연을 집중 조명했다. 당시 선약국의 명성은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찾아올 정도로 대단했으며,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당시의 놀라운 치료 경험담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밀려드는 환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선약국은 1990년대 말 돌연 문을 닫아 수많은 추측을 낳았다.


image.png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대중 사이에서는 의약분업 때문이라는 소문이 무성했으나, 제작진이 200건이 넘는 제보를 바탕으로 정밀 추적한 결과 진짜 폐업 이유는 신 약사의 지병 악화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이 극도로 나빠진 신 약사는 경기 양주로 거처를 옮겨 투병 생활을 이어가다 지난 2008년 끝내 세상을 떠났다.


제보자들의 증언을 통해 밝혀진 고인의 삶은 헌신 그 자체였다. 신 약사는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을 마주할 때마다 무료로 연고를 나눠주며 치료를 도왔다.


그의 연고는 화상뿐만 아니라 욕창, 골수염, 동상 등으로 고통받던 수많은 소외계층 환자들에게 구원의 손길이 됐다. 


image.png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특히 그는 연고 한 통 가격을 오랫동안 단돈 3000원으로 유지하며 이윤 추구보다 환자들의 치료를 최우선으로 삼는 인술을 펼쳤다. 북한에서 약학을 공부한 신 약사는 한국전쟁 이후 남한에 정착해 약사 자격을 취득하고 1970년 행당동에 선약국을 개업한 인물이다.


베일에 싸여 있던 연고의 성분도 과학적으로 확인됐다. 제작진이 확보한 화상연고 특허 자료를 확인한 결과, 호사가들의 소문과 달리 정체불명의 비밀 약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 피부 재생을 돕고 2차 감염을 막는 원리의 연고였다.


미국 시애틀에서 제작진과 만난 신 약사의 아들 신윤환씨는 아버지가 남긴 선약국 화상연고를 전달받고 "큰 기념품이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방송은 "선약국 화상연고의 가장 중요한 원료는 신제선 약사의 선한 마음이었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환자들을 위해 평생을 바친 한 약사의 숭고한 인생을 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