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10일(수)

정부·LG, '한국형 로봇 두뇌' 만든다...젠슨 황 방한 뒤 피지컬AI 국산화 시동

2년간 340억원 투입, 월드모델 원천기술 확보

LG전자 주관 10개 산학연 참여...로봇 동작 성공률 20%p 향상 목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으로 국내 기업들의 AI 협력 구도가 부각된 직후, 정부와 LG전자가 피지컬 AI 핵심기술 국산화에 들어갔다. 로봇이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기 전 가상공간에서 먼저 학습·검증하는 '월드모델'을 국내 기술로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엔비디아 등 외산 플랫폼 의존도가 높은 피지컬 AI 생태계에서 한국형 기반기술을 만들려는 대형 실증 사업으로 풀이된다.


[대전=뉴시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3일 오후 대전광역시 유성구 KAIST를 방문해 피지컬 AI 통합 플랫폼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과기정통...사진제공=과기정통부


지난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피지컬 AI 선도기술개발' 사업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이번 사업은 외산 의존도가 높았던 피지컬 AI 핵심기술을 국산화하고, 국내 기술 기반의 차세대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현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피지컬 AI는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AI 기반 국가 혁신 프로젝트 'K-문샷'의 핵심 미션 중 하나다. 국방, 농업, 돌봄, 제조, 서비스 등 실제 산업 현장과 생활 공간에서 움직이는 AI 기술을 뜻한다. 데이터 주권과 안보에 직결되는 국가 전략기술로도 꼽힌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방한 뒤 꺼낸 한국형 월드모델


이번 사업의 핵심은 월드모델이다. 월드모델은 현실 세계의 물리 법칙과 변화를 예측해 AI의 학습과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기술이다.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 움직이기 전 가상 공간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하고, 이를 통해 현실에서 사고 없이 작동할 가능성을 높인다. 대량의 합성데이터를 만들어 피지컬 AI를 고도화하는 플랫폼 역할도 한다.


피지컬 AI는 일반 생성형 AI와 달리 현실 세계에서 직접 동작한다. 판단 오류가 곧 안전사고나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로봇이 실제 공장, 물류센터, 서비스 현장에 투입되기 전 가상 환경에서 충분히 학습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피지컬 AI 선도기술개발사업 착수보고회에 참석해 피지컬 AI 로봇과 손하트 기념촬영을 하고...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피지컬 AI 선도기술개발사업 착수보고회에 참석해 피지컬 AI 로봇과 손하트 기념촬영을 하고...


문제는 국내 피지컬 AI 생태계가 이러한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상당 부분 외산 기술에 의존해왔다는 점이다. 


엔비디아와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가 AI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플랫폼,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결합한 생태계를 빠르게 넓히는 상황에서 한국도 독자 기술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정부가 LG전자를 주관기관으로 세운 것도 이 같은 흐름 속에 있다. LG전자는 가전, 로봇, 전장, 스마트팩토리 등 피지컬 AI가 적용될 실제 산업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이다. 엔비디아 생태계와의 협력 확대가 국내 기업의 AI 전환 속도를 높이는 계기라면, 이번 사업은 외산 플랫폼 활용을 넘어 한국형 피지컬 AI 기반기술을 직접 확보하려는 시도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독자적인 월드모델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국산 시뮬레이터 기술을 함께 검증할 계획이다. 최종 목표는 국내 기술로 차세대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현하는 것이다.


LG전자 주관 10개 산학연 참여...제조·물류 실증까지


이번 사업에는 LG전자를 주관기관으로 마음AI, 홀리데이로보틱스, 로보티즈, 크라우드웍스, 알체라, KT,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울대학교,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등 10개 산학연이 참여한다. 대기업, 통신사, 로봇 기업, AI 데이터 기업, 대학, 표준·시험기관이 함께 들어간 구조다.


정부는 올해부터 2년간 총 340억원을 투입한다. 월드모델의 현실 시뮬레이션 성능과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로의 전이 성능을 높이는 것이 핵심 목표다. 월드모델을 적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실제 로봇의 최종 동작 성공률을 20%포인트(p)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현재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제시된 OpenGV랩의 14.5%p를 넘어서는 목표다.


사업단은 '월드모델 학습→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연계→실증·성능 평가→사례 분석·재학습'으로 이어지는 실증 파이프라인을 구축한다. 2년간 총 4회 반복 검증을 거쳐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최종 단계에서는 연구실을 넘어 실제 제조·물류 현장에서 실증을 진행한다.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사업화 가능한 성과까지 만들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날 착수보고회에서는 LG전자의 클로이드 로봇과 로보티즈의 AI워커 로봇이 피지컬 AI 기술을 기반으로 사람과 주먹인사를 나누는 상호작용을 선보였다. 이어 주관기관인 LG전자가 연구 목표와 추진 계획을 공유했고, 참여 기관별 역할과 협업 방안이 논의됐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피지컬 AI는 대한민국의 패러다임을 바꿀 국가적 핵심기술"이라며 "피지컬 AI 핵심 인프라를 독자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피지컬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류 차관은 또 "과거 TDX 개발 당시 연구진들이 혈서를 쓰는 각오로 교환기 국산화라는 기적을 이뤄냈던 것처럼, 이번 사업도 이러한 각오와 사명감으로 임한다면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피지컬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젠슨 황 CEO의 방한을 계기로 엔비디아와 AI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에서 협력 구도를 넓히고 있다. 동시에 AI 인프라와 로봇 지능의 핵심 기반을 외산 플랫폼에만 맡길 수 없다는 문제의식도 커졌다. 정부와 LG전자가 시작한 월드모델 국산화 사업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AI 생태계에 올라타는 동시에 독자 기술 기반을 확보하려는 투트랙 전략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