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이 대리운전 기사를 차량에 매달린 채 끌고 가 사망에 이르게 한 30대 남성에게 징역 13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지난 5일 대전지방법원 제12형사부(김병만 부장판사)는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35)씨에 대해 징역 1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살인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며 유죄를 확정했다.
김병만 부장판사는 "범행 당시 완전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정만으로는 사망이라는 사실을 용인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최소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는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재판부는 A씨 측이 제기한 심신장애 주장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상당한 양의 술을 마신 상태로 범행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지만, 증거조사 결과 술에 상당히 취한 것을 넘어서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14일 오전 1시 30분께 대전 유성구의 한 도로에서 자신을 태우고 운전하던 대리기사 B(60대)씨를 운전석 밖으로 밀어낸 후, B씨가 차량에 매달린 상태에서 1분 40여초간 약 1.5㎞를 운전해 B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 발생 전 A씨는 B씨가 과속방지턱을 조심스럽게 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격분해 B씨를 폭행하고 욕설을 퍼부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52%로 만취 상태였다.
A씨는 차량을 급가속하거나 급격히 핸들을 조작해 차량이 가드레일이나 연석 등에 연이어 충돌하도록 했다. A씨는 운전자 폭행과 음주운전 혐의는 인정했지만, 과도한 음주로 인한 '블랙아웃' 상태였다며 살인 고의를 부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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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A씨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이보다 크게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은 범행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도 보이고, 피해자 유족과 합의를 못 했으며 유족들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도 "심신미약 정도는 아니라 할지라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고 범행 기간 형사처벌 전력 없는 초범인 점을 유리한 양형 사유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구형에 못 미치는 판결이 나오자 피해자 유가족들은 충격을 받아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가족 측 변호인은 "피고인으로부터 아직도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는데도 피고인이 반성문 몇 개 써냈다고 (재판장이 구형보다) 형량을 너무 많이 줄인 것 같아서 안타깝고 아쉽다"며 "유족분들도 충격적인 결론에 할 말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유가족 측은 검찰에 항소 의견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