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04일(목)

젠슨 황 따라 맛집 성지 순례... 팬이 만든 '젠슨이츠' 화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4일 한국을 방문해 국내 대기업 총수들과 삼겹살과 소주로 회식을 갖는다.


황 CEO는 작년 10월 서울 삼성동 깐부치킨에서 '치맥 회동'을 가진 데 이어 이번에도 한국의 서민적인 음식 자리를 선택했다. 기업인이면서도 수많은 팬을 거느린 그는 방문국마다 현지 시장이나 서민 음식점을 찾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달 말 고향인 대만을 찾았을 때도 그의 맛집 투어는 현지에서 큰 화제가 됐다. 삼립신문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황 CEO는 지난달 24일 타이베이 라오허제 야시장을 갑작스럽게 방문해 1000대만달러(약 4만원)를 꺼내 주변 사람들에게 옥수수구이를 사줬다. 한 디저트 가게에서는 화장실 벽에 "젠슨 다녀가다"라고 적고 서명과 날짜까지 남겼다.


인사이트엔비디아 공식 인스타그램


다음날에는 부모와 함께 닝샤야시장 근처의 60년 넘은 전통 도우화(대만식 두부 디저트) 가게 '도우화좡'을 찾았다.


긴 줄을 본 황 CEO는 5000대만달러(약 21만원)를 내며 줄 선 사람들의 계산을 대신했다. 그는 대만어로 "죄송합니다, 제가 살게요. 부모님 모시고 왔어요"라고 말했다. 부모와 함께 현지 가정식 식당도 방문했다.


지난달 28일 엔비디아 협력사 임원 30여명을 초청한 만찬에서는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에게 직접 도시락과 아이스크림을 나눠줬다. 한 아이가 건넨 편의점 팥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진짜 맛있다, 어디에서 사요?"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인사이트엔비디아 공식 엑스(X·옛 트위터)


중국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황 CEO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경제사절단 일정 중이던 지난달 15일 베이징 난뤄구샹 상점가의 '팡좐창 69호 베이징 자장면'을 찾았다.


음식을 받은 황 CEO는 가게 밖 인도에 서서 젓가락으로 면을 먹으며 "정말 맛있다"를 반복해서 말했다. 식당은 다음날 중국에서 황 CEO를 부르는 별명인 '가죽재킷 전쟁의 신'이라는 이름의 세트 메뉴를 출시했고, 이 메뉴를 사려는 사람들로 30분 넘는 대기줄이 생겼다.


황 CEO의 맛집 순례는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그의 팬이 운영하는 '젠슨이츠(Jensen Eats)' 사이트에는 3일 기준으로 2023년 이후 황 CEO가 19차례 해외 방문에서 들른 식당·포장마차·노점 등 59곳이 정리돼 있다.


인사이트엑스(X) 캡처


서민적인 식당은 엔비디아의 시작과도 관련이 있다. 엔비디아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황 CEO는 열다섯 살 때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패밀리 레스토랑 '데니스'에서 설거지 담당으로 첫 아르바이트를 했다. 1993년 엔비디아 창업 아이디어도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의 데니스 매장 부스에서 공동창업자 두 명과 함께 구상했다.


소탈한 모습을 보이는 황 CEO의 재산은 약 1860억달러(약 255조원)로 추정된다. 하지만 그의 업무 스타일은 친근한 대외 이미지와는 다르다고 알려졌다. 앞서 CNBC는 직원들이 그를 "요구가 많은 완벽주의자이며 함께 일하기 쉽지 않다"고 묘사했다고 보도했다.


현지인들과 소박하게 소통하는 모습은 실제 거래 상대인 현지 기업과 정부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려는 전략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특히 엔비디아 칩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그의 소탈한 이미지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