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03일(수)

연봉 4억 마다하고 '월 300만원' 시골 보건소로... "환자들 곁에 오래 있고 싶어"

서울아산병원에서 퇴직한 뒤 연봉 4억원의 병원장 자리도 마다하고 전북 정읍시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의사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방송된 YTN 사이언스 '낭만닥터 임소장-시골로 온 의사'에서는 응급의학과 교수로 30여 년간 일한 뒤 정읍시 고부면 보건지소장으로 부임한 임경수 소장의 사연이 소개됐다.


임 소장은 1994년 박윤형 전 순천향대 석좌교수와 함께 응급의료법 제정 초안을 작성하는 등 열악했던 국내 응급의료계 발전에 앞장선 인물이다. 그는 "50세가 될 때까지 일주일에 사흘은 당직을 섰다"며 33년간 서울아산병원에서 헌신한 이력을 밝혔다.


서울시 면적에 의사 1명_ 한 의사의 진심어린 호소|특집 다큐 [낭만닥터 임소장] 1부 시골로 온 의사 4-19 screenshot.pngYTN 사이언스 '낭만닥터 임소장-시골로 온 의사'


서울아산병원 퇴직 후 2022년 정읍아산병원장으로 부임해 3년간 근무했던 임 소장은 지난해 11월 고부면 보건지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응급의료계에서 임 소장 정도의 경력이 있는 의사라면 연봉 4억~5억원은 족히 받을 수 있지만, 그는 월급 300만원도 되지 않는 공중보건의 길을 택했다.


임 소장은 현재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정읍에 머물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보건소 2층 4평 남짓한 옥탑방에서 생활하며 하루 20명 이상의 환자를 직접 진료한다. 환자 호명부터 진료실 안내까지 모든 업무를 혼자 처리하고 있다.


그가 만나는 환자들은 대부분 고혈압, 당뇨, 관절염 등을 앓는 70~80대 노인들이다. 임 소장은 환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전했다.


임 소장은 지역 의료 현실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읍 14개 면적이 서울시와 비슷하다"며 "14개 면에 의사가 저 혼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공중보건의가 6명 있었는데 다 떠나고 이제 저 혼자 남았다. 서울시에 의사 한 명 있다고 하면 누가 믿겠나"라고 말했다.


origin_닥터임사부임경수정읍아산병원장퇴임후보건지소장으로근무.jpg임경수 전 정읍아산병원장 / 뉴스1


이어 "각 지역별로 잘 살건 못 살건 기대 수명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건강 수명은 수도권은 70세 정도이고, 농어촌 지역은 63세밖에 안 된다. 무려 7년 차이가 난다. 이 사회문제를 누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임 소장은 1차 의료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1차 의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질환이 중증으로 악화되고 결국 응급의료와 필수의료 체계까지 무너지게 된다"며 "세계보건기구(WHO)도 1차 의료를 국가가 반드시 책임져야 할 가장 중요한 의무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임 소장의 꿈은 환자들 곁에 오래 머무는 것이다. 그는 "옛날에는 돈 많이 벌어서 해외여행 다니고, 있는 돈 다 쓰고 죽으면 행복하겠다고 생각했다"며 "제가 지금 느끼고 있는 낭만은 조용하게 나를 돌아보면서 키우고 있는 작은 식물들과 고양이 돌보고, 가을과 봄에는 철새 날아가는 소리 들으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분들을 좀 더 도와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건강을 유지하면서 환자들 곁에 오래도록 있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