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의 여성 임원 비중이 소폭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실질적인 내부 승진을 통한 유리천장 깨기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2026년 1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394개 사의 여성 임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임원 1만 5370명 중 여성은 1268명으로 8.2%를 기록했다. 2024년 7.3%, 2025년 8.1%에 이어 수치상으로는 매년 늘고 있는 모양새다.
'여성 임원 확대'라는 외형적 성장 뒤에는 사외이사만 늘리는 꼼수가 자리 잡고 있다.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의 이사회 특정 성별 독식을 금지한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등기임원 내 여성은 늘었지만 실질적인 경영에 참여하는 사내이사는 줄었다.
리더스인덱스
여성 등기임원은 2024년 295명(11.3%)에서 2025년 344명(12.8%), 2026년 377명(13.6%)으로 증가했으나 여성 사내이사는 같은 기간 53명에서 51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여성 사외이사는 242명에서 326명으로 84명 늘어 여성 등기임원 중 사외이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86.5%까지 치솟았다.
여성 인력을 많이 뽑는 기업일수록 여성 임원 승진 문턱이 더 높아지는 역설적인 현상도 확인됐다.
대기업 여성 직원이 임원이 될 확률은 평균 0.3%로 여성 직원 1000명당 3명에 불과한 반면 남성 직원의 임원 진출 확률은 1.4%로 1000명당 14명에 달했다. 특히 고용인원 500명 이상인 조사 대상 기업 중 여성 직원 비중이 50%를 넘는 '여초 기업' 47개 사의 여성 임원 비율은 평균 0.2%로 전체 평균보다 낮았다. 반대로 여성 비중이 50% 미만인 243개 사의 여성 임원 비율은 평균 0.4%로 여초 기업의 두 배 수준이었다.
성별 승진 격차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무대는 금융권이다. 남녀 직원 대비 임원 비율 격차가 큰 상위 10개 사 중 미래에셋자산운용, 키움증권, DB증권, IBK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우리금융캐피탈 등 금융권 기업이 6곳을 휩쓸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남성 직원의 임원 진출 비율이 24.9%에 달한 반면 여성 직원은 3.1%에 그쳐 21.8%포인트의 압도적인 격차를 보였다. 키움증권도 남성 10.0%, 여성 0.9%로 9.1%포인트 차이가 났으며 솔루엠, DB증권, IBK투자증권, 효성, 화승코퍼레이션, 우리금융캐피탈, 미래에셋증권, 포스코홀딩스 등도 여성의 임원 진출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대기업들이 일반 직원은 줄이면서 임원 자리만 늘리는 추세 속에서 금융권의 '항아리형' 인력 구조는 더욱 심화됐다.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331개 사의 5년간 인력 변동을 보면 직원은 2.8% 증가하는 동안 임원은 9.3% 늘어 임원 증가율이 직원의 4배를 웃돌았다. 이러한 격차가 가장 심각한 곳은 은행권으로 조사 대상 12개 은행의 직원은 구조조정 등으로 9만 2889명에서 8만 3907명으로 9.7% 감소했으나 임원은 293명에서 327명으로 11.6%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