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02일(화)

한화에어로, 루마니아 6조원 장갑차 수주사업 고배... 조건 더 좋았는데도 탈락한 이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루마니아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IFV) 사업에서 독일 라인메탈그룹에 패배하며 6조원 규모 수주 기회를 놓쳤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탈락한 이번 결과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강화된 유럽의 안보 장벽을 보여주는 사례로 분석된다.


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루마니아 국방부는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밤 11시경 독일 라인메탈그룹과 총 4건의 무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링스 보병 전투 차량. 라인메탈라인메탈의 보병전투장갑차 링스 KF41 / 라인메탈


이번 계약은 유럽연합(EU)의 방산 금융 프로그램인 '유럽안전보장행동(SAFE)'을 통해 이뤄졌다. SAFE는 EU 회원국의 재무장을 지원하기 위한 장기·저금리 대출 지원 제도다.


라인메탈그룹이 확보한 계약 내용은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 및 계열 차량 298대(약 5조9000억원), 지상 배치형 방공포 시스템 및 초단거리 이동식 대공 방어 시스템(약 1조7000억원), 해상 초계함 및 잠수사 지원정(약 1조6000억원), 35㎜ 공중폭발탄(AHEAD)(약 8000억원) 등이다. 


전체 계약 규모는 56억8800만유로(약 10조원)에 달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IFV 사업 수주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당초 현지 생산율 72.7%를 제안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핵심 부품 기술 이전까지 포함해 최대 80%까지 현지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월 루마니아 듬보비차에 K9 자주포와 K10 탄약보급차 생산 시설인 'H-ACE 유럽'을 착공하기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루마니아에 건설할 H-ACE 유럽의 조감도.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루마니아에 건설할 H-ACE 유럽의 조감도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반면 라인메탈은 인근 헝가리에 IFV 생산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현지 생산율을 40%로만 제시했다. 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안한 수준의 절반에 불과한 수치다.


가격 경쟁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우위를 점했다. 


루마니아 국방 전문 매체 디펜스 루마니아가 공개한 제안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자체 개발 장갑차 '레드백' 298대를 총 28억유로(약 4조9000억원)에 공급하기로 제안했다. 대당 약 950만유로 수준이다.


라인메탈은 장갑차 '링스' 232대를 25억9000만유로에 판매하기로 했다. 대당 1100만유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레드백보다 150만유로 높은 가격이다.


방산업계에서는 이번 수주전 결과가 이미 정해져 있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보병전투장갑차(IFV) 레드백.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루마니아가 지난해 IFV 사업을 SAFE 프로그램을 활용한 신속 조달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수의계약으로 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개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번 수주 실패는 EU의 안보 장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유럽 국가들이 정치적 이유로 같은 지역 국가로부터 무기체계를 우선 조달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례는 다른 국내 방산업체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국내 방산업체들이 최근 유럽 시장 진출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터워지는 안보 장벽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과 함께 더욱 정교한 외교·세일즈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로템은 현재 루마니아와 스웨덴에 K2 전차 수출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루마니아 경제부 장관 등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현대로템 창원 공장을 방문했다. 


현대로템은 폴란드 국영 방산업체 PGZ 산하 부마르 공장에 K2 전차 시설을 건설하고 있으며, 이를 유럽 전진 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viewer ImageBSDA 2026 시연 행사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다목적무인차량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루마니아에서 무인지상차량(UGV) 사업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루마니아 UGV 사업은 수의 계약이 아닌 경쟁 입찰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