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토)

프란치스코 교황께 하는 ‘5가지 고해성사’

ⓒ  Courtney Carmod/flickr

가톨릭 신자는 물론 전 세계인의 정신적 지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한국을 방문했다.

평생 약자의 편에서 함께 슬퍼하고 상처를 위로하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준 그였기에 많은 이들이 그로부터 상처를 치유받고 싶어 한다.

그 동안 한국 사회는 너무나 많은 대립과 갈등, 불안과 혼란에 휩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슬픔과 분노, 군대 가혹행위 등 생명이 경시된 잔인한 사건사고, 그리고 사회 지도층의 부정 부패는 한국 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었다.

우리들의 고통이  깊어갈수록 교황에 대한 환호와 감동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지금 국민들은 종교를 초월해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외치고 있다. 

한국 사회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참회해야 하는 '고해성사' 5가지를 꼽아봤다. 우리들의 가장 부끄러운 모습들을 교황 앞에 기꺼이 드러내고, 회개하고자 한다. 

ⓒ  Aleteia Image Department/flickr

1. "인간의 오만함으로 대형 참사를 자초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안전 불감증이 만연합니다. 4월 16일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고 이후 한국 사회는 불신의 늪에 빠졌습니다. 

고양종합버스터미널 화재,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등 모두 열거하기 조차 부끄럽고 참혹합니다.

이렇듯 소중한 생명들이 이유도 모른채 사라져 갔습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모두 인간의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런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안전에 대한 무감각한 우리의 태도와 안일하게 생각하는 습관 때문입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은 2005년 부활 대축일 강론에서 "기다릴 줄 아는 능력은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입니다"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한국 사회입니다.

2. "정의를 버리고, 부정과 부패를 택했습니다."

한국 사회는 부정부패로 더럽혀졌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이후 불거진 부정 부패 사건으로 '노블리스 오블리주'라는 말은 한국 사회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정의가 사라지고 그 뒤에 힘과 권력과 물질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 법률가 출신의 국무총리 후보자가 변호사 사무실을 열어 5개월 만에 16억 원의 수임료를 받았다는 사실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이제 국가와 국민의 행복을 위해 열정을 다해 일하는 공직자를 꿈꾼다고 말하는 청년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저 안정적인 직장으로 공직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런 한국 사회를 반성합니다.

* 교황께서는 평소 입버릇처럼 "한 사회의 위대함은 가장 어려운 사람과 가진 것이라곤 가난 밖에 없는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삶의 철학이 바탕이 된 사회는 정의가 바로 설 것입니다.

3.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심지어 조롱까지 했습니다."

한국 사회는 점점 삭막해지고 있습니다.  타인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 나누지 못하고, 오히려 막말로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젊은 청년이 군대에서 매를 맞아 참혹하게 죽임을 당했는데도, 책임 있는 고위 간부는 구타사망 사건에 대해 '마녀사냥'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을 때 공영방송 보도국 간부들은 오히려 "세월호는 교통사고"라는 막말로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에 커다란 상처를 주기도 했습니다. 한국 사회가 어떻게 이토록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 해졌을까요.

* 교황께서는 지난 2013년 람페두사 섬에서의 강록에서 "왜 이토록 많은 이들이 함께 울어주는 능력을 잃었는가. 남의 고통에 익숙해졌는가"라며 탄식했습니다. 우리가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순간 그 사회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 CNS photo/Paul Haring

4. "미래의 청년들을 키우지 못했습니다."

원대한 포부를 펼쳐야 할 청년들이 극심한 취업난에 꿈을 접고 있습니다. 공무원을 원하는 청년이 증가한다는 소식을 유행이라고 넘겨버리기엔 상황이 간단치 않습니다. 

저출산, 고령화로 한국 사회는 먹고 사는 일이 너무 중요해졌고, 2030세대와 5060세대의 치열한 전쟁으로 이어 졌습니다. 

"부모 세대 부양하느라 젊음을 다 보낸다."는 청년과 "우리 때는 더 힘들었다."고 말하는 부모 사이에는 소통할 공간은 물론 여유조차 없습니다. 결국 현실을 탓하면서 미래의 청년을 키우지 못했습니다. 이 부분을 가장 반성합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성 발렌타인데이 메시지에서 "사랑은 우리가 겸손할 때 가능한 것이며, 결혼은 기쁨으로 가득한 축복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교황은 이러한 말씀을 통해 미래의 청년을 키우고 후세를 살리라고 강조하신 것입니다.

5.  "물질에 눈 멀어 생명을 경시했습니다."

우리의 생명은 돈과 권력 앞에 무너졌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물질만능주의에 젖은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었습니다. 

돈 앞에선 가족도 없었고 돈을 주지 않는 엄마에게 화나 홧김에 살인을 저질은  아들의 사연은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 모든 일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우리는 많이 아파했고, 분노했습니다.

* 교황은 자신의 공식 트위터에서 "누군가에게 화가 나 있습니까?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씀이 아마도 그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일 것입니다.

ⓒ foodnavigator.com

한국 사회는 정말로 숱한 고통과 상처로 참 많이도 아파하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교황께서는 우리에게 이런 말씀을 하실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고 화해하고 그리고 기도하라"고 말입니다.

이제 교황에게 고해성사를 마쳤습니다. 이 슬픔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치유받았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고 말했습니다. 겸허한 반성과 성찰의 시간이 가져 올 한국의 평화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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