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 공장장이 직장 동료와의 업무 관련 언쟁 직후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진현섭)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한 제조업체에서 생산업무를 총괄하는 공장장으로 근무했다. 2024년 3월 거래처 물량을 받은 후 직장 동료와 갈등이 발생했다. A씨는 동료가 작업지시서를 가져가지 않았다며 강하게 화를 냈고, 동료는 A씨의 업무 처리 방식에 불만을 표출하며 격렬한 언쟁이 시작됐다.
두 사람은 휴게실로 장소를 옮겨 약 10분간 말다툼을 계속했다. 언쟁 도중 A씨가 갑자기 피곤함을 호소하며 옆으로 누웠고, 동료는 휴게실을 나갔다. 약 45분 후 다른 직장 동료가 휴게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A씨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뇌내출혈 진단을 받고 치료받았지만 다음날 사망했다. 유족은 A씨의 죽음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신청했다.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의 직책과 언쟁 내용을 종합할 때 뇌출혈을 일으킬 만한 급성 스트레스 요인으로 보기 어렵고,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의심 소견, 음주·흡연력 등 개인적 요인이 확인돼 업무와 사망 간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부지급 결정을 내렸다.
공단 결정에 불복한 A씨 유족은 지난해 6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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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A씨가 동료와의 격한 언쟁 과정에서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기존 신체적 요인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뇌내출혈 발생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공단의 부지급 처분을 취소했다.
또 재판부는 A씨가 동료와 언쟁한 직후 쓰러진 점을 지적하며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망인은 자신의 지휘·감독 하에 있는 근로자와 업무 관련해 크게 화를 냈고, 의견 차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망인이 평소와 달리 상당히 격앙된 상태에 있었다는 진술 등을 고려하면 이를 단순한 의견 대립 정도로 가볍게 치부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망인이 갈등 상황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상황에 갑작스럽게 노출됐고, 이는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된 발병 또는 악화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단돼 사망과 업무 사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과거 뇌혈관 질환 등으로 진단받거나 치료받은 이력이 없었던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