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자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패소 판결을 받게 한 권경애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6천500만원을 연대배상해야 한다는 판단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와 함께 권 변호사가 2심에서 선고된 6천500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는 것 외에, 2심 패소에 책임을 지고 주기로 약정한 9천만만원도 추가로 물어내야할 가능성이 생겼다.
29일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고(故) 박주원양의 어머니 이기철씨가 권경애(61) 변호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피해자 고(故) 박주원양의 영정사진을 든 채 앉아 울고있는 어머니 이기철씨 / 뉴스1
앞서 2심 재판부는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의 위자료 책임은 인정했지만, 권 변호사가 작성한 이행각서에 따른 9000만원 약정금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언론 기사화 등이 이행 조건이었는데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행각서에 약정금 지급의 '조건'은 전혀 명시돼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급 조건 존재 여부의 해석이 문제 될 정도의 관련 문언도 기재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언론 기사화 금지가 약정금 지급의 조건이 아니었다는 판단이다.
권 변호사 측은 이행각서에 명시적으로 기재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피고는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로서 처분 문서 작성의 의미와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지급조건을 이행각서의 내용으로 하기로 원고와 합의했음에도 이를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2015년 학교폭력으로 숨진 박양의 어머니 이씨를 대리해 가해자들과 학교법인, 서울시를 상대로 2016년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1심은 재판에 불출석한 학부모 1명에 대한 청구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기각했다. 이에 이씨 측이 항소했으나 권 변호사는 2022년 9월부터 11월까지 항소심 재판에 세 차례 연속 불출석했다.
권경애 변호사 / 뉴스1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당사자가 세 차례 이상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된다. 결국 이씨 측은 전부 패소하게 됐다.
권 변호사는 5개월간 패소 사실을 유족에게 알리지 않았고, 패소 사실을 모르고 있던 이씨는 상고할 기회를 놓쳐 2022년 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이씨는 권 변호사의 불성실한 변론으로 재판받을 권리와 상고할 권리가 침해됐다며 2억원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권 변호사와 소속 법무법인에게 위자료 5천만원 지급을 명령했다. 학교폭력 소송에서 승소 가능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재산상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 책임은 인정했다.
1심은 "권 변호사가 두 차례 불출석 후 이를 인지하고 기일지정신청을 했음에도 다시 불출석한 점을 고려하면 거의 고의에 가깝게 주의를 결여한 것으로 중과실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상고기간이 지나도록 2심 판결 선고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도 "고의로 저지른 잘못"으로 판단했다.
2심은 위자료를 6천500만원으로 늘려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에게는 이씨에게 220만원을 별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2심 재판부는 "원고 입장에서 재산적 이익이 아닌 딸의 사망 경위를 밝히고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고자 장기간 이어온 소송이 소송대리인의 잘못으로 허망하게 끝나고, 이를 소송대리인이 숨기는 바람에 뒤늦게 알게 됐다"며 "허탈감과 배신감이 심대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씨 측은 권 변호사 불출석으로 패소한 학교폭력 손해배상 소송의 재판을 다시 열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서울고법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 20일 변론기일을 열고 재판 재개 여부를 따졌다.
권 변호사는 '불출석 패소' 사건과 관련해 2023년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정직 1년 징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