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중국의 정치적 박해를 피해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해 온 유명 반체제 인사가 고무보트를 타고 서해를 건너 한국 영해에 진입했다가 해경에 붙잡혔다.
지난 25일 충남 태안해양경찰서는 태안군 서격비도 북서쪽 약 18km 해상에서 길이 3.3m 규모의 고무보트를 발견하고, 배에 타고 있던 중국 국적의 남성을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둥광핑 / X 'ShengXue_ca'
뉴욕타임즈(NYT)와 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 남성은 중국의 저명한 인권운동가이자 반체제 인사인 둥광핑(董廣平, 68)으로 확인됐다. 그는 중국 산둥성 일대에서 출발해 엔진 고장과 탈진을 겪으며 30시간이 넘는 사투 끝에 한국 해역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둥광핑은 과거 중국에서 경찰관과 군인으로 복무했으나, 1989년 천안문(톈안먼) 민주화 시위 관련 서한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해직당했다. 이후 중국 공산당 비판 활동을 이어가며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러 차례 투옥과 구금을 반복했다.
중국 반체제인사 둥광핑이 대한민국 영해로 진입하기 위해 타고 온 고무보트. / 태안해경
그의 이번 한국 입성은 가족과 재회하기 위한 네 번째 중국 탈출 시도다. 그는 2015년 태국으로 탈출해 유엔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으나 중국으로 강제 송환되어 징역형을 살았고, 이후 대만령 섬으로 헤엄쳐 가려 하거나 베트남을 통해 탈출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강제 송환되는 고초를 겪었다. 현재 캐나다에서 망명을 허가받은 그의 가족과 동료 활동가들은 한국 당국에 그를 중국으로 절대 송환하지 말아달라고 필사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둥광핑의 대담한 해상 탈출 성공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한국 정부에게 커다란 외교적·정치적 난제를 던져주고 있다. 외신들은 인권 변호사 출신인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경색된 한중 관계의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왔다는 점을 짚었다. 둥씨의 신병 처리 문제가 중국 당국과의 민감한 외교적 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한국 정부에게 심각한 압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 외교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사안을 알지 못한다"며 논평을 거부했다.
둥광핑 / CNN(구슈화)
동시에 이번 사건은 한국의 엄격한 난민 수용 장벽을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렸다. WSJ는 한국을 "난민 신청 대부분을 거부하는 국가"로 규정하며, 지난해 한국의 난민 인정률이 단 1%에 불과했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지적했다.
매체는 "단일 민족을 강조하는 문화적 특성과 난민에 대한 대중적 반대 인식이 이러한 소극적 태도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2023년 제트스키를 타고 서해를 건너왔던 중국인 활동가 권평에게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해 결국 미국 망명을 택하게 만든 사례가 대표적인 장벽으로 언급됐다.
현재 해경이 신청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둥씨는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으며, 법무부는 형사 처벌 절차가 완전히 끝난 후에야 난민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는 윈칙론을 고수하고 있어 그의 최종 행보에 세계적인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