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과 대기업을 겨냥한 '중점조사기획단'을 신설하기로 하면서, 지난 2005년 폐지됐던 공정위 조사국 기능이 사실상 21년 만에 부활하게 됐다.
재계에서는 벌써부터 "대기업 저승사자가 돌아왔다"는 말까지 나온다. 과거 조사국은 삼성·현대차·SK 같은 대기업을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며 재벌들의 가장 부담스러운 조직으로 꼽혔던 곳이다.
지난 26일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 계기 간담회를 갖고 '중점조사기획단'의 조직 및 인력 확충 방안을 밝혔다.
공정위는 새 조직이 플랫폼과 대기업집단의 복합적인 불공정 행위를 전담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직 규모는 약 40명 수준으로, 중점조사 1·2·3과가 배치된다. 단순한 사건 처리 조직이 아니라 난이도 높은 대형 사건을 집중적으로 맡는 '특별 조사 조직' 성격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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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국이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렸던 이유는 막강한 조사 권한 때문이다. 과거 조사국은 대기업의 계열사 거래 구조와 총수 일가의 지배구조, 내부 자금 흐름까지 깊숙이 들여다봤다. 총수 일가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사익편취, 특정 계열사를 살리기 위한 부당지원, 가격 담합, 중소기업 대상 갑질 등이 주요 조사 대상이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조사국이 움직이면 대규모 현장 조사와 자료 확보는 물론 과징금, 검찰 고발까지 이어질 수 있어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당시 재계에서는 "조사국이 뜨면 그룹 전체가 비상 체제에 들어간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조사 권한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논란과 재계 반발이 이어지면서 조사국은 지난 2005년 폐지됐고, 관련 기능은 시장감시국·카르텔조사국 등으로 흩어졌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기업집단감시국이 신설되긴 했지만, 과거 조사국처럼 대형 복합 사건을 전담하는 조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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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다시 강한 조사 조직을 꺼내든 배경에는 최근 플랫폼 기업과 대기업집단의 불공정 행위가 훨씬 복잡해졌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쿠팡·네이버·배달의민족 같은 플랫폼 기업은 하나의 사건 안에 시장 지배력 남용, 입점업체 갑질, 자사 우대, 끼워팔기, 소비자 피해 문제가 동시에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공정위는 지금까지 부서별로 사건을 나눠 조사하다 보니 전체 구조를 한 번에 보기 어려웠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자사 상품 우대는 한 부서, 소비자 피해는 다른 부서, 입점업체 문제는 또 다른 부서가 따로 조사하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대기업집단 사건도 비슷하다. 단순한 계열사 거래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나 경영권 승계 문제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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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특히 "부당한 방식의 경영 세습"을 주요 감시 대상으로 언급했다. 총수 자녀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계열사를 이용해 지배력을 키우는 행위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다.
최근 쿠팡 사례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공정위는 쿠팡이 대기업집단 지정 과정에서 총수 일가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자료를 제출했지만, 실제로는 이를 위반한 정황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김범석 쿠팡Inc 의장에 대한 형사고발 가능성까지 시사한 상태다.
새 조직은 단순히 사건 조사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급망 위기나 물가 급등 같은 상황에서 특정 업종의 담합이나 가격 왜곡이 발생하면 전국 단위로 신속 대응하는 '기동대' 역할도 맡게 된다. 쉽게 말해 공정위 안에 상시 특별조사팀이 생기는 셈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 뉴스1
여기에 공정위는 경제분석국도 함께 확대 신설하기로 했다. 기업 데이터와 시장 구조를 정밀 분석해 불공정 행위를 수치로 입증하겠다는 취지다. 과거처럼 단순 현장 조사 중심이 아니라 데이터 분석까지 결합한 고강도 조사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우려도 적지 않다. 강한 조사 조직이 다시 생기는 만큼 특정 기업이나 특정 업종만 겨냥하는 표적 조사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과거 조사국 역시 정권 성향에 따라 조사 강도가 달라진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기존 시장감시국·카르텔조사국·기업집단감시국과 역할이 겹칠 가능성도 과제로 남아 있다. 사건 배분 기준이 모호하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서 공정위는 "(중점조사기획단)은 정권 입맛이 아니라 국민 삶 개선을 위한 조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