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27일(수)

첫돌 두 달 앞두고 떠난 천사... 생후 9개월 아기, 장기기증으로 3명의 삶 바꿨다

생후 9개월 된 영아가 세균성 뇌수막염으로 뇌사 상태에 빠진 후 장기기증을 통해 3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나누고 하늘의 별이 됐다.


2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 1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생후 9개월 장소민 양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과 신장, 소장을 기증했다.


소민 양은 앞서 지난달 19일 열이 나 소아과에서 약을 처방 받았으나 열은 며칠 간 계속됐다. 증상이 악화되어 다른 병원을 잇따라 찾았지만 끝내 세균성 뇌수막염 진단을 받으며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


29681_3408899_1779842237788763663.jpg기증자 장소민 양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소민 양의 간과 신장, 소장은 3명의 환자에게 기증됐다. 어머니 박모 씨는 처음에는 장기기증을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남편이 "세상 어딘가에 소민이의 흔적이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믿고 싶다"며 설득했고, 가족들도 같은 뜻을 보였다. 박씨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그냥 가기보다 좋은 일을 하고 가는 게 낫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마음을 바꿨다.


소민 양은 작년 7월 2.5kg의 작은 몸으로 태어나 9개월이 되어서도 몸무게가 7kg대에 머물렀다. 박씨는 예방접종부터 먹거리까지 세심하게 챙기며 시간이 지나면 면역력이 생겨 괜찮아질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첫돌을 두 달 앞두고 예기치 못한 이별을 맞았다.


올봄 가족이 함께한 벚꽃 구경이 딸과의 마지막 추억이 됐다. 5월에 계획했던 가족 여행은 지키지 못한 약속으로 남았다. 박씨는 "남편은 소민이와 비슷한 아기만 보아도 갑자기 눈물을 쏟아낸다"며 "더 많이 안아줘야 했는데 뱃속에 있을 때보다 더 짧은 시간을 살고 떠난 게 가슴이 아프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소민 양을 떠나보내는 날 박씨는 미안함 때문에 '다음 생에 다시 내 딸로 태어나달라'는 말조차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소민 양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박씨는 "누구의 딸이든 상관없으니 다음 생에는 부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만 자라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소민 양의 장기를 기증 받은 이들에게도 "더는 힘들지 않고, 아프지 않게 잘 살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29681_3408899_1779842240016528677.jpg기증자 장소민 양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생후 9개월, 세상에 머문 시간은 짧았어도 소민 양이 남긴 나눔의 흔적은 세 가족의 삶을 바꾸었다"며 "이 숭고한 결단이 더 많은 분께 생명나눔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