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경상환자의 장기 치료를 관리하기 위한 이른바 '8주룰' 도입이 하반기로 미뤄지면서 보험업계와 한의계의 대립이 거세지고 있다.
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 적자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과잉 진료를 막기 위한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의계와 소비자단체는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주요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가운데 한방치료를 받은 환자의 지난해 평균 치료일수는 10.6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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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양방치료 환자의 평균 치료일수인 5.6일의 약 2배 수준이다.
국토교통부와 보험업계 통계에서도 한방치료 장기화 경향은 두드러진다. 전체 경상환자의 90%는 사고 후 8주 안에 치료를 마쳤지만, 8주를 넘겨 치료받은 환자 중 87.8%는 한방치료 환자였다.
양방치료 환자의 86.3%가 4주 안에 치료를 종료한 것과 달리, 한방치료 환자의 13.8%는 8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는 경상환자의 장기 치료를 관리하기 위해 '8주룰'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8주룰은 자동차 사고 경상환자, 즉 상해급수 12~14급 환자가 사고 발생 8주 이후에도 치료를 이어갈 경우 추가 진단서와 치료 필요성 자료를 제출하고 별도 심사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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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자체를 일률적으로 중단시키는 방식은 아니지만, 장기 치료의 필요성을 보다 엄격하게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보험업계는 의료계 기준과 산재보험 사례를 근거로 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 '진단서 등 작성·교부지침'에서는 경상에 해당하는 염좌·긴장 증상의 치료 완료까지 필요한 기간을 4주로 보고 있다. 산재보험에서도 염좌의 표준 요양기간을 6주 이내로 관리하고 있다.
반면 한의계는 8주룰이 환자의 치료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성명을 통해 "8주룰은 경상환자 치료를 획일적 기준으로 제한하는 제도"라며 "국민의 치료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소비자단체 역시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기간이 달라질 수 있는데,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심사를 강화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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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8주룰은 올해 초 도입이 추진됐지만, 이해관계자 간 이견이 커지면서 시행 시점이 하반기로 늦춰졌다. 현재 관련 시행령은 법제처 심사를 마치고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등 후속 절차를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시행을 위해서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구체적인 시행 시점 발표와 금융당국의 자동차보험 약관 및 세부 기준 정비가 필요하다.
보험업계가 8주룰 도입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악화되는 자동차보험 수익성이 있다.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5개 대형 손보사의 올해 1분기 자동차보험 손익은 총 461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흐름은 4월에도 이어졌다. 지난달 5개 대형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5.1%로 전년 동기 대비 1.9%포인트 개선됐지만, 여전히 적자 구간에 머물렀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사고 보상금 총액을 보험료로 나눈 지표로, 업계에서는 통상 80%대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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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체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익은 7080억 원 적자로 전환됐다. 전년보다 손실 규모가 6983억 원 확대됐다. 같은 기간 손해율도 87.5%로 3.7%포인트 상승했다.
업계는 자동차보험 합산비율이 1%포인트 오를 때마다 약 1600억~18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올해도 자동차보험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5년 만에 자동차보험료가 인상됐지만 인상 폭이 제한적이었고, 과거 4년간 이어진 보험료 인하 효과가 여전히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방병원 등에서의 경상환자 장기 치료, 부품비와 수리비 상승에 따른 물적 사고 손해액 증가도 부담 요인으로 꼽히고 있어 보험업계에서는 경상환자의 과잉 진료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