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유통된 과거 '관찰 예능' 영상이 연예인을 노린 강력 범죄의 표적이 됐다. 방송에 노출된 집 구조와 주변 환경이 고스란히 범죄자에게 유출되면서, 사생활을 공개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보안 리스크가 현실화됐다.
26일 법조계와 경찰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는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된 40대 A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조사 중이다.
A씨는 지난 20일 오후 9시쯤 배우 김규리의 자택에 무단 침입해 3000만 원을 요구하며 김규리와 동거인 B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배우 김규리 / 뉴스1
폭행을 당한 김규리와 B씨는 골절과 타박상 등의 부상을 입었다. 김규리는 맨발로 자택을 탈출해 인근 행인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행인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추적을 시작하자 A씨는 범행 3시간 만인 21일 0시쯤 서울 강서구에서 자수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종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는 "(김규리 집이 나온) 방송 영상을 유튜브로 보고 위치를 확인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스타의 사적 공간 정보가 범죄의 결정적 단서로 활용된 셈이다. 문제가 된 김규리의 자택은 2022년 8월과 9월에 걸쳐 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상세히 소개됐다. 당시 방송에서는 '아담한 한옥 마당'이라는 자막과 함께 누마루, 한국화 작업실 내부, 텃밭 등 집 안팎의 구조가 가감 없이 화면에 담겼다.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
연예인의 사생활과 주거지를 주요 콘텐츠로 삼는 관찰 예능의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방송인 박나래 자택 절도 사건과 같은 해 배우 나나 자택 강도 사건에 이어 1년여 사이에만 벌써 세 번째로 발생한 여성 연예인 대상 주거 침입 범죄다. 미디어가 연예인의 집 위치나 보안 취약점을 외부에 노출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출연자의 사적인 공간을 세밀하게 보여주는 방송 트렌드가 범죄를 유발하는 부작용을 낳으면서, 방송가 안팎에서는 관찰 예능 포맷의 보안 가이드라인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