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간의 혼수 상태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도 모르는 연인이 곁을 지키고 있다면 어떨까. 흔히 감동적인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기 쉽지만, 미국인 작가 브룩 크니스리에게 이 순간은 인생 최악의 공포로 남았다. 기억 상실 상태에 놓인 그에게 한 남성이 연인이라 주장하며 접근한 사연이 알려졌다.
22일(현지 시간) 영국 매체 미러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브룩 크니스리는 약 6m 높이의 나무에서 추락하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혼수 상태에 빠졌다.
브룩이 한 팟캐스트에서 밝힌 사연에 따르면, 그녀가 열흘 만에 간신히 눈을 떴을 때 병실에는 낯선 남성이 서 있었다. 남성은 "내가 의사와 주변 사람들에게 너가 내 여자친구라고 말해뒀는데 괜찮지"라며 접근했다.
브룩 크니스리 / 인스타그램 'redheaded._.stepchild'
사고 여파로 기억 상실과 복시 등의 증세를 앓던 브룩은 남성의 얼굴이 어딘가 낯익다는 느낌은 있었으나 실제로 자신이 그와 사귀고 있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브룩이 설명을 요구하자 해당 남성은 "우리가 깊은 사이는 아니었지만 이제부터 연인"이라며 보호자 역할을 자처했다.
남성의 집착은 브룩이 퇴원한 뒤 더욱 심해졌다. 그는 뇌 기능 회복을 위해 퍼즐을 풀고 책을 읽으려는 브룩에게 "체모를 깎고 외모 관리에 집중하는게 어떻냐"며 압박했다.
심지어 시력 장애로 자신의 얼굴조차 제대로 보기 힘든 브룩을 미용실로 데려가 강제로 얼굴 왁싱 시술을 받게 했고, 예민한 피부가 붉게 부어올라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브룩은 과거에도 가스라이팅과 심리적 학대를 경험한 연애 이력이 있었던 탓에, 당시에는 이 관계 역시 정상적인 연애라고 착각하며 남성에게 순응했다고 털어놨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이 기괴한 관계는 브룩의 절친한 친구가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친구는 환자의 회복보다 외모에만 집착하는 남성의 태도를 이상하게 여겼고, 브룩에게 "네가 기억을 되찾지 못하길 바라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조언했다.
브룩이 이 말을 전하자 남성은 비정상적으로 분노하며 폭주했고, 이를 계기로 브룩 역시 흐릿했던 기억들을 되짚기 시작했다.
결국 친구가 직접 남성을 확인하면서 모든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남성은 과거 대학 캠퍼스 주변을 배회하다 브룩의 친구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던 인물이었다.
브룩이 남성을 찾아가 "모든 것이 기억났다"고 말하자, 남성은 말다툼 끝에 먼저 이별을 선언했다고 한다.
브룩 크니스리 / 인스타그램 'redheaded._.stepchild'
딸의 이별 소식에 기뻐하던 어머니는 "그 남자는 네가 혼수 상태에 빠진 지 이틀 만에 호흡기를 떼고 연명치료를 중단하자고 요구했던 인간"이라는 사실을 털어놨다.
남성은 정체가 드러난 이후에도 피해자인 친구가 자신을 성범죄 혐의로 신고할 계획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