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에 누워 임종을 앞둔 재혼 남편의 계좌에서 수억 원대 돈을 빼돌린 60대 여성이 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난 20일 수원지방법원 형사12부(부장 박건창)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7월 전 부인과 이혼한 상태였던 B씨와 동거를 시작해 2021년 2월 혼인신고를 마쳤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오랜 기간 신장 투석 치료를 받던 B씨는 2021년 11월 숨을 거뒀다. 사망 두 달 전 낙상 사고로 수술을 받았던 B씨는 치료 도중 건강이 악화해 2021년 10월 의식 저하 상태에 빠졌고 같은 달 23일 중환자실로 이동했다.
A씨의 무단 예금 인출 및 계좌 이체 범행은 남편이 중환자실에 들어간 직후 행해졌다. A씨는 2021년 10월 25일 남편 동의 없이 B씨 계좌에서 1억원을 수표로 뽑아내고 2억원을 본인 계좌로 보냈다. 의료진으로부터 남편이 임종 과정에 들어섰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다음 날에는 4억원을 추가로 자신의 계좌에 송금했다.
B씨가 사망하기 전까지 A씨가 자신이 관리하던 남편 명의의 다른 계좌로 이체한 금액은 5억여원에 달한다. A씨는 남편 명의로 된 3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각해 예수금을 넘겨받으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출금과 이체 행위는 남편의 생전 의사에 따른 것이며, 그 액수는 피고인의 상속재산 범위 내이므로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망인이 피고인에게 상속 지분에 상응하는 재산을 증여하기로 약속했다거나 재산 처분에 대한 포괄적 권한을 위임했다는 객관적 자료를 찾을 수 없다"며 "망인은 이 사건 불과 1년 전에는 피고인의 예금 인출 행위를 엄격히 통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망인의 생명이 위중한 상태를 인지한 직후부터 망인 명의 계좌에서 10억원이 넘는 거액을 인출하거나 이체하는 등 5일 만에 급박하게 예금을 처분했다"며 "이는 재산에 대한 정당한 권한은 없으나 그에 대한 사실상 지배력을 가진 피고인이 급박하게 재산을 자신 명의로 돌리려는 모습으로 봄이 자연스럽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피고인의 범죄행위는 망인이 사망하기 전으로 상속이 개시되기 전이며 피고인의 상속 지분은 다른 상속인들과 협의 또는 생전 증여분 등을 고려한 산정으로 확정되는 것이므로, 망인 사망 전 피고인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상속지분 상당액을 미리 취득할 수 있는 정당한 권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했다.